이용철의 ‘DVD 골라드립니다-시간을 달리는 소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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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 14면

언제부터일까? 실험실에서 호두 모양의 물건 위로 넘어진 뒤부터일까? 평범한 소녀 마코토에게 시간을 뛰어넘는 능력이 생겼다. 열일곱 살 소녀라면 으레 그렇듯이 마코토는 동생에게 푸딩을 뺏기지 않으려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조금 더 부르려고 주어진 능력을 써먹는다. 그러나 소녀가 선의로 빚어낸 조그만 변화들이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미 드라마·영화·만화로 여러 번 각색된 바 있는 쓰쓰이 야스다카의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1965)가 2006년에 애니메이션의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다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번 각색판에서 주인공의 이모로 등장하는 원작의 주인공 가즈코는 조카에게 별다른 조언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시간을 뛰어넘는 능력이 언젠가 퇴화된 기관처럼 될 것임을, 결국엔 성장하는 소녀가 거쳐야 할 통과의례임을 알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주제가보다 중요한 음악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건반을 두드리는 손길의 미세한 차이가 모여 변화무쌍하고 거대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과 우리 삶이 전개되는 양상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시간의 되돌림’이란 헛된 생각을 다룬 공상영화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매순간 충실하기를 권하는 진지한 드라마다.

DVD의 구성이 특이하다. 1번 디스크엔 본편을, 3번 디스크엔 본편과 콘티용 스케치의 비교영상을 수록했는데, 전자에는 감독과 성우들의 음성해설이, 후자에는 감독과 제작진의 음성해설이 지원된다. 영화의 주제와 해석 같은 건 빼고 녹음과 원화 작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외에 감독이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보며 연출에 관해 설명하는 ‘디렉션 파일’(35분), 시사회 풍경(10분), 뮤직비디오 등의 부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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