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씨 감독직 복귀 현재로선 불투명-해임무효판결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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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鄭明勳씨는 29일 판결로 일단 오페라 바스티유 음악감독직을 되찾았지만 앞으로 험난하고 긴 법정투쟁을 맞이하게 될 것같다.
파리지방법원의 판결은 일종의 즉결재판으로 鄭씨와 바스티유측이다투고 있는 92년 계약의 적법성에 대한 내용과 본질을 다룬 것이 아니라 양 당사자의 계약이 유효하다는 것만을 인정한 것이다.바스티유가 적법성을 시비삼아 다른 법원에 제 소하면 1년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본격 법정싸움에 들어가게 된다.이보다 앞서바스티유측이 항소하면 제기한 날로부터 빠르면 2주일 안에 번복된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설사 항소심에서 패소해도 바스티유측은 책임을 모면할 방책으로鄭씨를 상대로 적법성 여부를 다투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 확실하다. 이번 鄭씨 사건은 지난 2월 각각 독립 운영해오던 바스티유와 가르니에 두 오페라를 파리국립오페라로 통합하면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음악 총감독으로 바스티유에서 전권을 행사해오던鄭씨 위에 파리국립오페라 총단장으로 휘그 갈이 임명 되면서 권한분배 문제가 제기됐다.
내년 가을 정식 부임하는 갈은 적자에 허덕이는 바스티유를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단원은 물론 鄭씨에게 일제히 재협상을 요구했다. 鄭씨는 90년 계약만료 기간을 94년8월31일로 명시한 계약을 하고 92년 여름 재조정키로 합의했다.그러나 이 조정은92년12월에 완료돼 2000년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이전과마찬가지로 음악감독의 권한을 보유키로 했다.
바스티유측은 올 3월부터 이 계약연장이 법적으로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당초 계약만료 기간인 8월말까지 음악감독으로서 권한축소.보수동결,그리고 계약기간 단축을 요구하며 재협상을 주장했다. 鄭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바스티유측이 지난 12일 시몬 영이란 객원지휘자를 초빙,19일 공연 예정인 94년 가을 시즌개막작품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를 연습시켜왔다.사실상부당 해고된 鄭씨는 23일 계약의 유효함을 주장하며 소 송을 제기,이날 승소한 것이다.
현지 법조계 인사들은 이날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은매우 적으며 오히려 적법성을 따지는 재판에서도 유리한 근거를 마련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음악감독에 복귀한 鄭씨가 이번 사건을 주도한 파리국립오페라 총단장과 불편한 관계를 극복하면서 바스티유 음악감독직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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