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신간>美 테크노스릴러 작가 톰 클랜시의 "노름빚"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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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脫냉전시대의 사이판섬.일본의 부유한 사업가가 방금 사들인 땅을 만족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다.같은 시각 스리랑카 해안에서 가까운 인도양에서는 외국해군이 비상훈련을 개시한다.그때 미국 월스트리트 제1의 주식대체결제회사에서는 한 기술자 가 새로 개발한 컴퓨터 온라인프로그램을 가져와 수수께끼같은 농담을 건넨다.」 미국 최고의 군사모험소설가 톰 클랜시(47)의 신작 『노름빚』(원제 Debt of Honor)은 서로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이 세가지 사건이 곧이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무서운 음모의 전주곡임을 드러낸다.
지난 17일 퍼트 남출판사에서 초판 2만부가 나온 클랜시의 가상소설이 발간 즉시 유에스에이 투데이紙의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석권하고 영화화 판권경쟁이 벌어지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품속에서 미국은 脫냉전시대를 맞아 군대와 핵무기의 감축을 단행한다.그러나 미국이 동맹국으로 믿었던 일본은 이 틈을 타 새로운 군사.정치.경제 강대국으로서 세계를 지배하려는 기습공격을 단행한다.일본의 첫 목표는 진주만이 아닌 월스 트리트.
먼저 미국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후 군사전쟁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反美감정의 세계적인 확산,국내정계의 끊임없는 스캔들 속에서 기습을 당한 미국정부는 다급한 나머지 옛날의 敵 러시아에 구원을 요청한다.
클랜시의 장기인 해박한 군사지식이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하고있다는 평을 듣는 『노름빚』은 친구가 적이 되고 적이 동지가 되는 국제정치무대의 냉혹한 현실묘사를 통해 자기만족에 도취된 국가(미국)가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한 「 애국적인」작품이다. 클랜시는 그의 여덟번째 소설인 이번 작품에도 단골 주인공들을 등장시키고 있다.잭 라이언은 국가안보고문으로 미국의 파국을 막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하게 되고,존 클라크.도밍고 샤베즈는 러시아 기자로 가장해 일본에서 정보를 입수하는 CIA요원으로 활약한다.테크노스릴러의 거장으로 꼽히는 클랜시는 현재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93년作 『복수』(Without Remorse)에 이어 89년도 작품인 『마약전쟁』(Clear and Present Dan ger)이 영화의 인기를 업고 다시 베스트셀러로 떠올라 6,7월 美독서계를 지배한 존 그리샴의 인기를 따라잡았다.
〈李 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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