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케팅전략>패러독스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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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리스철학자 제논의 『나는 화살은 정지돼 있다』는 주장에서부터 가깝게는 『선생님의 관심을 얻기 위해 더 말썽을 피우는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역설(paradox)은 東西古今을 통해 주요 표현방법이 돼왔다.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반대개념들을 억지로 결부함으로써 어떤 사실을 더욱 강조하거나 진실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주는이 기법을 마케팅(그중에서도 광고)에서 가만 놔둘리 없다.
광고에선 주로 自社제품의 특징을 극적으로 나타내고자 할 때,또는 범람하는 유사제품.광고등으로 상표명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목률이 현격히 떨어질때 이 기법이 응용되는데 미국담배회사인 「벤슨 앤 헤지」社의 광고캠페인이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의 담배는 일반담배보다 길이가 더 긴 것이 특징으로,이 경우 긴 담배의 장점 또는 짧은 담배의 단점등을 내세우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이 회사는 오히려 긴 담배의 단점을 소재로 삼았다. 긴 담배가 엘리베이터 문틈에 끼이거나 유리벽에 부딪쳐부러지는등 수많은 불편함이 화면에 나타났다.하지만 이의 내면에는 불편함을 생활주변의 잔잔한 에피소드로 승화시켜 소비자에게 보다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전략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
이후 『휴가철 폭음,몸에 해롭습니다.양보다 질을 생각합시다』라는 문구와 함께 자사의 드라이진 술병을 내비춘 「비프이터」社의 전략,『우리 회사는 자동차생산물량이 겨우 이것밖에 되지 않습니다.하지만 남들은 포드나 GM보다 우리이름을 먼저 씁니다』라는 영국 롤스로이스社의 광고도 등장했다.
국내에선 이같은 역설적 표현이 자칫 부정적 이미지를 고정화할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기피돼오다 올들어 신세대의 고정관념 탈피성향에 힘입어 자주 시도되고 있다.
쌍용제지의 경우 생리대 광고에서 금기시돼오던 남성을 등장시켜제품의 우수성을 남성의 이미지와 연결하는 전략이 성공,「울트라파인」의 매출을 2배정도 늘렸으며 샴푸광고를 하면서 모델이 머리를 모조리 깎아버리는 장면을 내비춘 제일제당의 「뉴에이지샴푸」도 높은 주목효과를 거두고 있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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