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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골프>19.달나라서 나이스샷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골프가 그렇게도 좋으시오?』.이런 얘기를 아내로부터 한두번안 들어본 주말 골퍼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평소에는 아침에 단 5분이라도 더 눈을 붙이기 위해 아내과 승강이를 벌이는 남편이 라운딩 나가는 날은 깜깜한 새벽에 벌떡일어나 눈을 비비면서 골프백을 챙겨 집을 빠져나가곤 하니 부인들이 이처럼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성 싶다.
그뿐인가.새로운 골프 장비가 나오면 구입을 못해 안달한다.지난 69년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후 이같은 골프狂들의 관심은 「과연 달나라에서도 골프를 치는 게 가능할 것인가.가능하다면 언제쯤일까」에 쏠렸다.일부 성급한 사람들은 『당장 라운딩은 어려워도 10년 후면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망한 반면 신중한 사람들은 『아무리 빨라야 21세기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시기 문제뿐 아니라 「달에서 치는 골프는 지구에서와 어떻게 다를까」 등등 골퍼들의 궁금증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달의 신비가 벗겨진지 15년.아직까지 「月面 라운딩」은 없었지만 달표면에서 골프를 실험(?)한 적은 있다.골프 역사상가장 기념비적이랄 수 있는 이 偉業은 인간이 달에 첫발을 내디딘 2년 후인 지난 71년2월에 이루어졌다.지구에서 수백만 TV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달에 상륙한 다섯번째 사람이며 아폴로 14호의 선장인 앨런 셰퍼드가 멋진 샷을 성공시킨 것이다.6번 아이언을 들고 달표면에 선 셰퍼드는 하얀 공을 내려놓은후 첫번째 샷을 날렸지만 먼지만 흩뿌 리는 헛스윙이 되고 말았다.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밖에 안돼 몸을 자연스레 움직이기 어려운데다 거추장스러운 우주복을 입었고,게다가 한손으로 아이언을 휘둘렀으니 헛손질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3개의 공을 가져갔던 셰퍼드는 두번째 공을 떨어뜨린후 다시 힘차게 스윙,성공을거두었다.골프공은 공기가 희박한 달의 대기를 가르며 날아올랐다. 시청자들은 과연 볼이 얼마나 나갔을까 무척이나 궁금했다.핸디 15인 셰퍼드의 6번 아이언 평균 거리는 1백40야드(약1백28m).중력이니 뭐니를 따져 물리학적으로 따진다면 달에서 8백야드 정도 날아가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하나, 지구 에 돌아온 셰퍼드에 따르면 2백야드정도 날아갔다고 한다.그러나 세번째스윙은 의외로 임팩트가 좋아 두번째보다 훨씬 먼 4백야드쯤 나갔다고 했다.
이때 셰퍼드가 가져 간 6번 아이언은 휴스턴 근교의 리버 오크스CC의 잭 하든이라는 프로 골퍼가 기증한 것.3등분된 샤프트를 조립해 사용하도록 돼있는데 74년 미국골프협회 박물관에 기증되어 전시되고 있다.
〈林秉太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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