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조선 기지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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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항 배후산업단지에 입주한 현대중공업 포항공장에 조립 중인 선박블록이 가득 쌓여있다. 터가 좁아 포항시가 인근에 추가로 공장부지를 조성 중이다.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22일 오후 영일만항 인근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현대중공업(이하 현중) 포항공장.

100t짜리 선박용 블록이 바퀴가 수백 개 달린 특수차량에 실려 부둣가 선적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 블록은 바지선으로 울산 현중으로 옮겨져 선박으로 만들어진다.

공장 안은 철판을 자르고 용접 상태 점검을 위해 철판을 두드리는 소음이 가득하다. 마스크와 모자를 쓴 근로자들은 집채만한 블록에서 불꽃을 튀기며 철판을 이어붙이는 용접에 여념이 없다. 그 사이로 대형 크레인·지게차가 바삐 움직여 공장이 좁아 보인다.

현중 김윤택(50) 공장장은 “본사 직원 20명과 10개 협력사 직원 500여 명이 연간 매출 400억 원을 올리는 현장”이라며 “부지 9만9000㎡가 좁다는 요청에 포항시가 내년 6월까지 예정으로 녹지 5만6000㎡를 공장용지로 추가 조성 중”이라고 말했다.

포항시가 조성 중인 영일만항 배후산업단지(이하 배후산단)에는 현중 2공장 등 6개 조선부품·기자재 업체가 들어설 예정이다. 포항이 조선산업이란 날개를 새로 달고 있다. 배후산단은 1단지 98만770㎡, 2단지 71만9800㎡ 등 4개 단지 총 563만여㎡로 조성된다. 포항시는 “철강 위주의 포항이 조선부품·기자재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었다”며 차질없는 입주에 애쓰고 있다.

◆관련업체 속속 입주 약속=지금까지 배후산단에 입주를 약속한 조선 관련업체는 6곳. 강림중공업㈜·참앤씨㈜·태창철강㈜·신한기계㈜·㈜엔케이 등으로 모두 외지업체다. 현중은 1공장 외에 30만㎡에 2009년까지 2공장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나머지 업체는 대부분 내년에 입주한다.

이들 업체는 포항시와 실무협약까지 마쳤으며, 필요한 공장부지 매입비와 조성비의 30% 이상을 이미 납부한 상태다. 6개 업체의 투자액(토지보상·부지조성비)은 모두 6885억 원에 이른다. 공장 가동 때는 5900여 명이 고용된다.

포항시는 잔뜩 고무돼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되어서다. 2005년 11월부터 가동 중인 현중 포항1공장의 근로자 500여 명 중 60%는 포항 출신. 나머지는 울산 등지서 데려왔다. 공장 가동 3년차가 되면서 외지인은 점차 포항으로 주소지를 옮기고 있다.

포항시 정연대(48) 항만정책담당은 “2009년 말쯤 이들 공장이 모두 가동되면 연간 1조 원대의 생산유발과 1만4000여 명의 인구증가가 기대된다”며 “조기 부지 제공을 위해 배후 2,3단지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분양가는 평당 35만 원=업체의 잇따른 입주는 포항의 장점이 크게 작용했다. 포항은 조선업의 원자재인 철강을 생산하는 포스코가 가까워 철판 수급이 쉬운 편이다. 또 조선업은 육로 수송이 어려운데 포항은 거대한 철구조물을 수송할 영일만항을 건설 중이어서 물류비도 적게 든다.

포항시의 유치 전략도 주효했다. 시는 배후산단 조성을 추진한 2004년부터 업체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현중을 유치하기 위해 87억 원을 들여 현 부지서 부두 선적장까지 1.65㎞에 너비 30m의 배후도로를 뚫었다. 공장 준공에 맞춰 선박블록의 해상 운송이 가능하게 기반시설을 구축한 것이다.

또 다른 지자체와 달리 도로·녹지·폐기물처리장 등 기반시설 비용을 산업단지 조성비에 포함하지 않아 공장용지 분양가를 평당 35만 원까지 낮췄다. 이는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싼 가격이다. 또 시청에 항만정책팀을 구성해 입주 협약체결 뒤에는 공장설립·건축허가 등에 원스톱 서비스를 한다.

포항시 안상찬(54) 전략사업추진본부장은 “배후산단에 투자가 늘면서 다른 업체도 입주를 노크하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 2015년까지 조성 계획이던 4단지 조성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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