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장 상경, 정상명 총장과 처리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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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태현 부산지검장이 24일 오후 서울로 올라왔다. 김 지검장은 대검찰청에서 정상명 검찰총장에게 보고를 했다. 전군표 국세청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이 자리엔 정동기 대검 차장, 이귀남 중수부장도 참석했다. 이들은 약 세 시간 동안 전군표 청장의 사법처리 여부와 수순을 논의했다. 전군표 청장 사건수사에 검찰이 속도를 내고 있다. "6000만원을 줬다"는 정상곤(53.구속)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진술이 사실임을 입증할 증거가 확보되는 대로 사법처리 수순을 밟겠다는 태세다.

◆속전속결로 가는 수사=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의 정동민 2차장검사는 이날 "민감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정 전 청장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어 신빙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던 전날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는 모양새다.

검찰이 속공을 펼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는 정치 일정에 대한 고려다. 대선을 50여 일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정권의 핵심인 국세청장이 뇌물을 상납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호재일 수 있다. 수사가 장기화될수록 검찰은 물론 정권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째는 국세청이라는 막강한 조직의 장악 문제다. 국세청에는 개인과 기업의 재산 및 조세 관련 정보가 집대성돼 있다. 직원들의 인사에 대한 불만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조직 관리에 '누수' 현상이 나타날 경우 유력 대선 후보에게 민감한 정보가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의 핵심 인사인 국세청장에 대한 수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마당에 시간을 끌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며 "사법처리와 무혐의 처리 중 어느 쪽으로든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는 게 옳다"고 말했다.

◆"6000만원은 인사청탁용"=검찰 수사의 포인트 중 하나는 6000만원의 '성격'이다. 정상곤 전 청장은 이 돈은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씨로부터 받은 1억원에서 나왔으며, 인사청탁을 위해 전 청장에게 지난해 9 ~12월 사이 4~5차례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로부터 받은 돈을 김씨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는 관련 없는 개인적 인사 문제에 썼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전군표 청장이 김씨의 세무조사 무마 사건에 개입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전군표 청장과 정윤재(44.구속)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통화 내역을 확인할 계획이다.

김씨의 세무조사 무마 작업을 도왔던 정 전 비서관이 전군표 청장에게 세무조사 선처를 부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상곤 전 청장이 "6000만원 상납"을 진술한 의도도 검찰이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그가 뇌물로 받은 돈 가운데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줬다고 해서 선고될 형량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뇌물수수 혐의에다 뇌물공여 혐의가 추가될 뿐이다.

부산=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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