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 공연장 순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누가 베를린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을 묻는다면 '겐다멘막트'라고 대답하면 된다.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베를린에서 가장 인기있는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리는 곳이다. 1705년 위그노 교도들이 지은 프랑스 대성당, 독일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독일 돔 성당과 콘체르트하우스가 둘러싸고 있는 광장이다. 광장은 17세기말 요한 아놀트 네링이 조성해 1773년 게오르크 크리스티안 웅게린이 재건했다. 1773년까지 이 광장에 진주했던 프랑스의 기병대 ‘장다르메(Gens d’Armes)‘에서 이름을 따왔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기병대의 시장‘이라는 뜻이다.’아카데미 광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폭격으로 파괴되었으나 오늘날 모두 원래 모습으로 복구되었다. 광장 중앙에는 독일이 자랑하는 시인 겸 극작가 프리드리히 쉴러(1759~1805)의 동상이 서 있다.

콘체르트하우스는 겐다멘막트 광장에서 가장 늦게 들어선 건물이다. 1821년 2월 칼 프리드리히 쉰켈(Karl Friedrich Schinkel, 1781∼1841)의 설계로 문을 열었을 때는 쾨니글리셰 샤우슈필하우스, 즉 왕립 연극 공연장이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마술피리‘의 무대 세트도 제작한 바 있는 건축가 쉰켈은 나폴레옹 전쟁 당시 대부분의 독일 예술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고딕 스타일의 신봉자였다. 그는 고딕 스타일이야말로 독일 민족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Kleiner Saal

베토벤‘합창 교향곡’의 베를린 초연 무대

이 건물은 1810년에 개관했다가 1817년 7월 29일 화재로 불탄 기존의 샤우슈필하우스의 건물 외벽과 기둥을 그대로 이용해 지었다. 샤우슈필하우스 전에도 이곳은 오랫동안 극장이 있었던 자리다. 1776년 4월 22일 프로이센 궁정의 건축 감독 요한 보우만의 설계로 프랑스 극장(Franzosiche Komodienhaus)가 문을 열었고 1786년 12월 5일 개보수 공사 후 국립극장으로 재개관했다. 1788년에는 왕립 극장으로 이름을 바꿨고 같은 해 모차르트의 오페라’후궁 탈출‘의 베를린 초연이 이곳에서 열렸다. 1795년 2월 24일 글룩의 오페라’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의 베를린 초연도 마찬가지다.

1821년 개막 공연은 글룩의 오페라 서곡과 괴테의 희곡’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 칼 폰 메클렌부르크의 발레’장미의 요정‘으로 꾸며졌다. 개관 당시 1600석짜리 극장 외에 작은 콘서트홀이 있었다. 이 콘서트홀에서는 오페라 공연에 앞서 개관 축하 무도회가 열리기도 했다.

1826년 9월 베토벤’합창교향곡‘의 베를린 초연, 1838년 5월 괴테’파우스트 I‘의 베를린 초연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바그너는 1844년 1월 7일 ’방랑하는 화란인‘의 베를린 초연을 직접 지휘했다. 1848년 민중 봉기 당시에는 육군사령부가 주둔하기도 했다.

19세기 중반부터는 주로 연극 무대로 사용됐다. 그 후에도 극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1884년에는 건물 파사드를 자연석으로 교체했고, 1888년에는 무대 설비를 교체했다. 1904년에는 쉰켈의 오리지널 설계를 제쳐두고 F 겐츠머가 대대적인 개축을 하기에 이른다. 1919년에는 국립극장(Staatstheater)로 이름을 바꿨다. 1935년에는 콘서트홀로 개축하면서 한스 그루베가 쉰켈의 오리지널 설계를 복원하면서 Staatstheater-Grosses Haus로 이름을 바꿨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로비(베토벤 홀)

연극 무대를 콘서트홀로 개조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연합군의 공습을 두 차례나 받았다. 1943년 1차 공습 때는 즉시 복구 공사에 돌입했으나 1945년 4월 23일 2차 공습 때는 건물 전체가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20년 넘게 부서진 벽돌 더미만 쌓여있던 이 공터에서 극장 복원 공사가 시작된 것은 1976년. 서베를린에 세계적인 콘서트홀인 ’베를린 필하모니‘가 개관하자 이에 자극을 받은 동독 정부가 샤우슈필하우스를 콘서트홀로 꾸미게 된 것이다. 베를린 필하모니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콘서트홀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건물 외관은 원래 디자인으로 복구했지만 내부는 콘서트홀로 바꿨다. 건물 바깥의 조각 장식은 프리드리히 티크와 크리스티안 라우크의 작품이다.

건물 정면 꼭대기는 그리핀(몸통은 사자, 머리와 날개는 독수리인 괴물)이 이끄는 마차에 탄 아폴로의 조각상이 장식돼 있다. 포르티코(기둥 회랑이 있는 지붕), 열주(列柱) 등은 그리스 건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쉰켈이 프로이센 최고의 건축가라는 명성을 얻기 전까지만 해도 고대 그리스와 로마 건축을 차갑게 죽어있는 것이라 해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후 프로이센이 베를린에 많은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쉰켈은 그리스 건축에서 프로이센의 수도 다운 면모를 갖출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1963년 서베를린에 들어선 베를린 필하모니가 초현대식 디자인을 들고 나오자 이에 맞서기라도 하듯 동독 정부는 쉰켈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충실히 복원해 역사와 전통을 내세우고 있다. 외관은 여전히 오페라하우스 같은 분위기이지만, 콘서트홀로 개조한 인테리어는 디테일에 충실한 내부 마감과 샹델리에로 빈 무직페어라인,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 못지 않은 격조와 고풍스러움을 자랑한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전경

광장에선 매년 여름 야외 클래식 축제

1984년 재개관 때의 이름은 ’Konzerthaus am Gendarmenmarkt‘. 10월 1일 재개관 기념 갈라 콘서트에는 베를린 심포니가 출연했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의 상주 교향악단이다. 1994년 현재의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Konzerthaus Berlin)으로 이름을 바꿨다. 통독 직후인 1989년 12월 25일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베토벤의’합창 교향곡‘이 연주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연주 실황은 비디오로 제작되기도 했다. 번스타인은 이틀전 서베를린에 있는 필하모니 홀에서도 같은 곡을 연주해 독일 통일의 의미를 되새겼다. 세계 각국 출신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섰다. ’환희의 찬가‘대신 ’자유의 찬가‘로 가사를 바꿔 불렀다.

2003년에는 소극장 ’베르너 오토 홀‘이 개관했고, 2006년 8월부터는 베를린 심포니(1952년 창단)가 상주무대의 이름을 따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로 이름을 바꿨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정면을 마주하고 있는 건물은 구 동독의 명문 음악학교인’한스 아이슬러 음대‘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가 있는 겐다멘막트 광장

성당과 콘체르트하우스가 둘러싸고 있는 겐다르멘막트 광장에는 1992년부터 매년 7월 클래식 야외 축제인 ’클래식 오픈 에어 인 베를린‘( Classic Open Air am Gendarmenmarkt)공연이 열린다. 첫 해인 92년 7월 16일 개막공연에는 세계적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와 스페인 세비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출연했다. 첫 해에는 3일, 93년부터는 4일간 열렸으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000년부터는 6일짜리 축제로 자리잡았다. 클래식, 팝 클래식, 오페라 갈라 콘서트, 발레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www.classicopenair.de). 야외 특설무대는 최대 72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야외 공연이라고 해서 무료는 아니다. 입장권을 구입해서 정해진 좌석에 앉아야 한다.

◆공식 명칭: Konzerthaus Berlin

◆개관: 1821년 5월 26일(재개관 1984년 10월 1일)

◆홈페이지: www.konzerthaus.de

◆건축가: Karl Friedrich Schinkel(1821)

◆음향 컨설턴트: Wolfgang Fasold, Helgo Winkler, Peter Tennhardt, Eberhard Kustner

◆객석수: Grosser Saal 1850석, Kammermusik Saal 450석, Werner Otto Saal

◆파이프 오르간: Jelmlich

◆소재: Gendarmenmarkt, Mitte, Berlin

◆부대 시설: 뮤직 클럽

◆초연: 호프만’운디네‘(1816년), 베버’자유의 사수‘(1821년)’연주회용 소품 작품 79
‘(1821년), 멘델스존’가마초의 결혼‘(1827년), 하웁트만’델피의 이피게니아‘(1841년)

◆상주 단체: Konzerthausorchester Berlin(Berliner-Sinfonie Orchester의 새 이름)

◆가이드 투어: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출발(3 유로). 문의 전화 +49-30-20309-2343

◆교통: S Bahn Friedrichstrasse, Unter der Linden, U-Bahn Stadtmitte, Franzosiche Strasse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