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글로벌 경제-지역 중심 전략이 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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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업가들이 국제전략을 세우면서 국경을 염두에 두던 시대는 지났다.문제는 국경이 아니라 지역이다.중국 진출여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어느 지역에 진출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더 이상 일본기업들은 미국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단일시장으로 보지 않는다.캘리포니아북부.뉴잉글랜드.5대호주변.산악지역등 거점 단위로 전략을 세운다.
20세기말 경제적 번영의 원동력으로서 지역국가는 경제활동의 기본단위가 되고 있다.글로벌 경제에 대한 참여도 실질적으로는 지역국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지역국가야 말로 유일한 인간적 단위의 정치실체로 개인의 복지를 얄팍한 민족주의보다 우위에 둔다.지역국가는 국경을 초월해 존재한다.홍콩과 중국남부,샌디에이고와 티후아나 또는 싱가포르와 인근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도서지역으로 이어지는「성장의 삼각지대」가 그런 예들이다.
일반적으로 지역국가는 제한된 경제적 이익과 소비자 이익을 공유할 정도,예컨대 인구로 보자면 5백만명 내지 2천만명 정도로크지 않다.하지만 글로벌 경제에 효과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통신,전문적 서비스,국제공항등 인프라를 갖출 만한 능력도 있다. 충분한 정보력을 갖춘 시민들은 이제 더이상 국가가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향상시켜주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는다.
그럴 것으로 믿지도 않으며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구축하고 싶어한다.지역 차원에서 이런 문제는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 될 수있다. 지역국가는 국가경쟁력이나 고용안정과 같은 문제보다는 글로벌한 자원이 자기 지역에 들어와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더 우위에 두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물리적 거리가 갖는 중요성은 더욱 줄어들었다.글로벌한 물류비용의 비중은 최종소비자 가격의 10%미만에 불과하다.예컨대 텔레비전은 7%,자동차도 5%미만이다.
이제 경제적 국경은 문명이나 민족국가 사이의 분할선으로서가 아니라 정보흐름의 범위로서 의미를 갖는다.정보가 흐르는 곳에 수요는 커지며,수요가 커지는 곳에서 글로벌 경제는 지역적 근거지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훌륭한 예가 중국북부 遼寧省에 있는 인구 5백20만명의大連市다.北京정부가 영리해서가 아니라 외국자본의 유입과 외국기업의 입주 때문에 이 지역은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3천5백개 기업 가운데 2천5백개가 전세계에서 온 외국기업의 자회사들로 일본의 첨단기업도 2백50개가 이곳에입주해 있다.大連에 가보면 정말 글로벌 경제가 살아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부규제가 사라지고,성장력이 구속받지 않을 때 나타나는 결과란 바로 이런 것이다.
지역국가가 중심이 되는 세계에서 경영자가 그리는 전략지도는 흡사 얼룩말 가죽과 같은 모양을 하게 될 것이다.大連처럼 활동지역을 나타내는 검은줄과 그렇지 않은 흰줄이 교차되는 모습인 것이다. 경제적 의미에서 얼룩말 가죽의 생김새를 결정하는 것은문화.정치적 실체간의 국경이 아니라 지역국가간의 국경이다.
자본과 기업은 글로벌 경제논리가 지속적이고,신뢰할 수 있게 작동하는 지역으로 몰린다.시장이나 기업의 의사결정자들은 이를 판별할줄 아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자본과 기업이 몰리는 지역에서 경제는 번영하는 것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紙=本社特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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