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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카드 씀씀이 살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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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신용카드 씀씀이를 들여다 보면 소비자들의 선호를 알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불경기를 반영하듯 품목을 가리지 않고 싼 곳에 많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알뜰 바람 속에서도 건강.웰빙처럼 꼭 써야 할 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싼 곳으로 몰린다=삼성카드가 지난 한 해 고객들의 카드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할인점.레저업.중고차의 매출은 크게 늘었으나, 백화점.유흥업소.호텔 등은 매출이 50%까지 줄어드는 등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이 회사의 임경택 프로모션팀장은 "지출을 줄이려는 구매 성향이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값이 싼 할인점.편의점 등의 매출이 늘고, 백화점.쇼핑센터는 크게 줄었다.

숙박업종은 전반적으로 고전한 가운데 이용료가 싸고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캠프장 매출만 37.5% 급증했다. 놀이공원 등 레저업종 매출도 11.3% 늘었다. 가족단위의 여가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음식업종 역시 외식문화가 퍼지면서 전체 매출이 6.4% 늘어났다. 한식.중국집이 선전했고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일식.뷔페 등은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단란주점 같은 유흥업소를 찾던 손님들은 술을 팔지 않는 노래방으로 몰렸다. 휘발유차보다 연료비가 싼 LPG차가 늘어나면서 주유소보다 LPG충전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새 차보다 중고차 판매가 부쩍 늘어난 것도 지난해 나타난 현상이다.

◇비싸도 쓸 건 쓴다=비씨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콘도.학원.골프장.의료기관.헬스클럽 등의 업종에서 카드사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콘도.학원.골프연습장은 전년 대비 20% 안팎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비씨카드의 이종락 상무는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여가활동이 늘고 건강 관리.자기계발.복지(福祉) 등에 대한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 업종은 역시 유통업종(전자상거래.홈쇼핑 포함)이다.

지난해 1백25조원에 달하는 비씨카드 사용금액 가운데 11조원을 유통업종이 차지했다. 그 다음은 음식(6조원).주유소(5조원).의료기관(3조1천억원).의류(2조7천억원).유흥업소(2조1천억원).서비스업(1조8천억원).가전(1조6천억원) 등의 순이다.

빈도수로 소비자들이 가장 자주 들른 점포는 주유소(8만9천여건)와 음식점(8만8천여건)이었고, 할인점.전자상거래.수퍼마켓이 뒤를 이었다. 의료기관이 바로 그 다음 순서여서 병원.약국에도 신용카드 도입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먹고 입는 장사가 최고=신용카드 가맹점의 분포를 보면 창업 동향도 가늠할 수 있다.

비씨카드가 지난해 이 회사에 새로 가맹한 41만여 점포를 분석한 결과 일반 한식점이 8만6천여곳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맥주집(2만6천여개).여성복(1만6천여개).양식집(1만2천여개) 순이다.

역시 먹고 마시고 입는 업종에서 창업이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 밖에 노래방(1만1천여개).화장품(1만여개).유흥주점(9천여개).미용원(8천여개).수퍼마켓(7천여개).여관(7천여개).택시(5천여개).일식집(5천여개).남성복(5천여개) 등의 창업이 많았다.

홍승일.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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