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삼칼럼>개혁의 아킬레스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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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日本의 檢事들은 배지로 된 검찰관記章을 항상 자랑스럽게 달고다닌다.배지는 지름 1.8㎝의 크기로 가운데는 붉은 색 원으로되어 있고 그 원의 주위를 따라 흰 국화꽃잎 12개와 금빛의 국화꽃잎 4개가 배치되어 있다.
흰 국화꽃잎은 서리(霜)를,붉은 원과 금빛의 국화꽃은 타오르는 태양을 상징한다.이른바「秋霜烈日」-不義나 不法에 대해선 찬서리처럼 서슬이 퍼렇게,뜨거운 태양처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의지만이 아니라 실제로 日本검찰은 政經유착과 같은 대형 非理사건에서도 그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줘 지금까지 일곱번이나 내각을 총사퇴시킨 기록을 갖고 있다.그만큼 검사들의 자부심도 대단해서 자신이 달던 배지를 棺에 함께 넣어달 라고 유언을한 검사도 있었다.
이에 비하면 우리 검찰은 어떠한가.우리 검찰이 갖고 있는 권한은 오히려 日本검찰의 그것을 능가한다.日本검찰은 2차대전후 美國의 점령정책에 따라 경찰에 독립된 수사권을 나눠주었고 不起訴사건에 대해선 민간인으로 구성된 검찰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게끔 제한을 받았다.경찰에 대한 완전한 지휘권을 갖고 있고 사실상 아무런 제한없이 起訴독점권을 행사하고 있는 우리 검찰에 비하면 日本검찰의 제도적 권능은 오히려 약한 것이다.그럼에도 굵직한 政經유착의 비리를 파헤친 수사실 적이나 사회적 존경도는 우리와는 정반대다.
우리 국민들가운데 검찰의 권위를 우러러 보고 존경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막강한 권능을 지닌 만큼 무서워할 사람은적지 않겠으나 검찰을 우러러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文民정부의 출범을 보면서 검찰의 그러한 사회적位相에도 큰 변화가 있기를 기대했다.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선지1년반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 있어서도 국민들은 검찰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아니 변화의 감지는 커녕 문민정부의 아킬레스腱이 바로 검찰이 아니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요즈음이다.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그 진상을 속시원히 파헤쳤으면 하는사건일수록 수사결과는 더욱 더 석연치 않았다.올 들어서만 보아도 상무대사건수사가 그랬고 최근 의 韓電사건수사 역시 아리송하기만 했다.
물론 검찰의 이러한 궁색한 모습이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하는 것은 국민들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다.또 검찰이 자주 항변하듯 우리 사회의 不信풍조가 수사결과를 믿지 못하게 하는 면도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검찰로선 정치적 환경이나 사회풍조를 탓하기에 앞서 왜 이 시절에도 검찰이 그런 지탄을 받아야 하는지를 깊이 반성해야 한다.
日本검찰의 권위가 제도로부터 나온 것은 아니었다.정치권이 그것을 부여해준 것도 아니었다.日本검찰도 정쟁전에는 군국주의와 결탁함으로 해서「검찰파쇼」라는 소리를 듣기까지 했다.그런 日本검찰이 오늘과 같은 位相을 확립한 것은 그 누구의 도움도 아닌스스로의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우리 검찰도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자신의 밥그릇을 찾아야 한다.「上命下服」이나「검사同一體」원칙같은 것은 국가형벌권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관행이나 원칙이지 정치적 예속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성격의 사건까지도 모두 검찰이 떠맡아 마치 검찰이 정치사건의 종말처리장과 같이 되고 있는 현실도 딱하긴 딱하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지난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한 검찰의 사회적 위상은 달라질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 변화해야 검찰은 현재 두 개의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고 있다.하나는 12.12사태의 진상규명이며,또 하나는 盧素英씨 부부사건이다.뜨거운 감자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번에야말로 검찰은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검찰이 개혁의 아킬레스건이란 소리 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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