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왜 갑자기 통일준비 서두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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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金泳三대통령이「갑작스런 통일」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차례 강조하더니 17일 클린턴 美대통령과의 통화때와 18일 民自黨당무회의에서도 똑같은 내용을되풀이했다.
대통령이「갑작스런 통일」을 되뇌며 대비책 마련을 강조하니 그만큼 파장도 크다.
당장 안보관련 부처들은 북한이 갑자기 몰락할 것에 대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해졌다.
난민이 갑자기 몰려들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북한 주민들의 부족한 식량과 에너지는 어떻게 공급하며,치안유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獨逸통일 이후 이런 대책들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훨씬 현실감있는 문제로 느끼고 있다.
청와대가 이처럼 갑자기「갑작스런 통일대비」를 서두르는 것은 金正日체제가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보는 판단에서 비롯되고 있다. 더 나아가 대통령 측근들은 국내정치에서 갈고닦은 金대통령의感이 남북관계에서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金泳三대통령이 15일 경축사에서 갑작스런 통일에 대한 대비와고통분담을 강조한 것도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17일 韓美대통령의 전화통화에서도『현재 북한의 상황은 불안정하며 예측불가능한 상황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金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 내부에 대한 몇가지의 정보와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북한 내부에서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식량.에너지난이다.金日成추도식 동안에도 굶어죽는 사람이 많았다는 소문이 중국으로 흘러나오고 있다.金日成말기부터 핵문제를 카드로 서방측에 구걸에 가까운 원조 요청에 나선 것도 이런 심각한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延邊으로 북한 고서화.골동품이 마구 흘러나오고 있다.심지어 최근 한국 고위인사를 만난 한 북한관리는『선생이 남쪽에서 내 줄이 돼주시오』라고 말해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金日成이 죽은지 40일이 넘도록 국가주석과 당총비서직에 대한승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中國쪽에서 만난 북한사람들이 장례식 직후만 해도 동양적 예절때문이라고 말했으나 최근에는 金正日의 건강악화설등 다른 말들이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취임지연이 中國의 毛澤東이나 鄧小平처럼 신비의 베일 속에 등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이렇게 어렵게 등장할 경우 중국의 華國鋒처럼 오래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金正日의 건강악화설도 이런 판단을 부추기고 있다.金日成 사망이후 과로가 겹쳐 평소 앓아온 심장병이 도졌다거나 연초에 중풍까지 걸렸고,뇌수술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그런 소문까지는 안 믿어도 비만한 몸집 때문에 각종 성인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말은 상당히 설득력있게 들린다.
북한 사정이 더 어려워질 경우 쿠바처럼 난민 카드를 쓸 가능성도 있어 걱정거리다.갑자기 난민이 몰려들 경우 남쪽마저 혼란에 빠지게 된다.金대통령이 클린턴대통령과 쿠바난민에 대해 걱정을 나눈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여러 상황은 의도하건 않건 극단적인 상황이 가까웠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통일원 당국자는『이런 판단을 할 명확한 근거는 없어 통일정책의 기조까지 거기다 맞추지는 않더라도 돌발사태가 터질 경우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나 정부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우려도 한다.흡수통일을 걱정하는 北韓에 韓國정부가 흡수통일을 지향한다는 구실을 줘 남북관계를 더욱 경색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北-美합의로 해결이 모색되는 핵문제에 다른 시련을 가져올 수 있으며 그 과정에 자칫 韓國이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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