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탈출>한잔하면서 풀자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30대 중반의 A씨는 국영방송국 주요부서의 차장이다.누가 보아도 성공한 사람인 그가 부인손에 이끌려 필자를 찾아온 것은 최근 들어 생겨난 난폭한 술버릇 때문이었다.술을 마신 날이면 으레 폭언과 함께 물건을 집어던지고 부인에게 손찌 검까지 하기에 이른 것이다.
진단결과 습관성 알콜중독에다 과로와 음주로 간기능이 저하,지방간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었다.A씨는 학교다닐 때 학교성적도 우수한 편이었고 직장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그는말하자면 완벽주의자였다.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짜증 이 나기 시작했다.주위사람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평가라도 할라치면 가슴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즐겁게 해내던 일들이 이젠 너무 과중하게 느껴졌다.반대로 일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불안해졌다.이런상황이 계속되면서 자연스럽게 찾게된 것이 퇴근길의「한잔술」이었다.피곤해서,짜증이 나서,화가 나서 한잔씩 마신 술이 매일 저녁 이어졌고 급기야 난폭한 술버릇까지 생겨났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결과였다.
오랫동안 술과 풍류를 禮로 중시하였던 독특한 음주문화와 함께여가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사실 음주만큼 손쉬운 직장인의 스트레스 해소책도 없다.그러나 습관적이고 무절제한 음주습관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킨다.잦은 술자리는 스트레스 해소보다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욱 약화시킬 뿐이다.이 때문에 생활리듬이 깨지고 이를 도피하기 위해 또 술을 마시게 된다면 이는 알콜중독으로 가는 악순환의 시작이다.잘못 마신 술은 스트레스 탈출의 지름길이 아닌 스트레스의 지름길임을 잊지말아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