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에서 보면 이제 합리적인 진보정당과 건강한 보수정당이 나와야 합니다. 이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양당 체제로 가야 합니다.”
서울 노원을에서 출마 준비 중인 한나라당 미래연대 공동대표 권영진(42)씨는 “ 이번 총선을 통해 보수 대 진보의 새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출마자들이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해 당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색깔에 대해서는 ‘양심적 보수’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우리 정치가 바뀌려면 정당 정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이 발전해야 좋은 정치인도 나옵니다. 바람직한 정당은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매달려야 할 화두죠. 저 역시 당선되면 정당의 내부 환경을 바꿔 정당 민주주의를 착근시키는 데 힘쓰겠습니다. ”
그는 모름지기 “정당은 평소엔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정책 경쟁을 벌이고, 선거 땐 개혁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 개혁은 열린 공간에서만 가능한데, 총선이야말로 당 개혁에 필요한 최적의 공간을 마련하는 계기라고 주장했다. “정당들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개혁 경쟁을 벌이며 수준이 높아지게 돼 있고, 지금 각 당이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권씨는 통일원에서 통일정책 보좌관을 지냈다. 그러다 이홍구 전 통일원 장관과 인연을 맺으며 정치를 시작했다. 그 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정무보좌역을 맡으면서 현실 정치에 깊숙이 발을 들여 놓게 됐다. 지금 당내에선 최병렬 대표의 특별보좌역을 맡고 있다.
학교를 마치고 남들이 정치나 사회운동에 뛰어들 때 그는 국가경영을 배우기로 마음먹고 공무원이 됐다.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삶을 낫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궁리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념적 도그마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고 주장했다.
▶권영진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 미래연대는 이 당의 개혁공천과 물갈이에 시동을 건 주체이다. 그는 “지금 수준의 물갈이로는 한나라당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며 “최병렬 대표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구국의 결단을 내려야 한나라당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월 권씨(왼쪽)가 남경필 의원·황영철 위원장과 함께 한나라당의 개혁과 공천혁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이 성명이 한나라당 공천 물갈이의 도화선이 됐다.
“좌익 운동을 한 선배가 과거 민정당 시절 중앙위원을 지냈습니다. 그 분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나의 선택은 이념적 변절이다. 그러나 사람을 이념적 잣대로 봐선 안 된다. ‘인간 삶의 잣대’로 봐라.’ 그 날, 내가 그동안 역사와 민중을 말하면서 과연 인간의 삶을 제대로 봤는지 반성했습니다. 현실 사회주의가 실패한 건 이념적 도그마에 사로잡혀 세상을 제대로 못 봤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그는 민주화에 헌신할 당시의 열정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문가 정치시대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창조적 개혁’을 일구어 정치는 ‘하수구’란 오명을 벗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이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몇몇 사람 배제하고, 새로운 사람 몇몇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는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끌어낼 수 없습니다. 건강한 보수세력의 대통합을 이루려면 종전의 낡은 틀을 과감히 깨야 돼요. 말 그대로 한나라당으로선 구국의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는 등원하면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살려 지역구인 노원을에서 유권자의 1~3%가 참여하는 ‘유권자 평의회’를 만들고, 중요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유권자들의 의사를 묻겠다고 말했다. 상임위로는 교육위를 희망했다.
“ 가진 거라고는 인적자원밖에 없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국민의 높은 교육열에도 국가적인 인재 양성에 실패했고, 교육은 날로 황폐화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통일시대에 대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통일 방안에 대해서는 결과로서의 흡수통일은 불가피하지만 과정은 평화적이어야 하고 지난한 대화와 협력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분단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때입니다. 그렇게 볼 때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았다고 봅니다. 다만 통일문제가 정치화됐고, 그 과정에서 정당들이 이 문제를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시켰어요. 통일문제는 앞으로도 상당 부분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고 봅니다. ”
김경혜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