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섬에가고싶다>안흥 鼎足島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자란다.「저 멀리 저 섬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저 무인도에는 무엇이 있을까」하는 생각.그래서 섬으로 떠나는 사람의 머리에는 늘 호수속 같이 깊은 상상과 사색의 세계가 펼쳐진다.
정족도(鼎足島:솥발이섬)는 서해안 안흥에서 배를 타고 가의도로 가는 도중 남쪽에 가물가물 보이는 무인도다.
정족도에는 남쪽과 북쪽에 두개의 큰 섬이 있다.그 주위에 열서너개의 바위섬이 있어 가까이 가서 보면 아기자기한 분위기 때문에 하루쯤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든다.그러나 순한 토끼처럼 얕봐서는 안된다.발밑엔 무수한 암초가 도사리고 있고 섬 꼭대기에는 한 사람이 앉을 만한 여유도 없다.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어 접근을 불허한다.
더욱이 큰 용이 섬을 휘감듯 급류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 오싹소름이 돋는다.그럴수록 섬에 대한 호기심은 더 강해진다.직접 발로 밟아보고 싶고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유혹을 참지 못하게 한다. 식물이 자라고 있는 두개의 섬중에서 남쪽에 있는 쌍봉(약60m)은 그래도 기어오를만 하다.섬 중간에서 정상까지 원추리가 자라고 군데군데 바다찔레덩굴도 눈에 띈다.
위로 올라갈수록 돌이 부서져 내리고 물이 있을 만한 곳은 아무데도 없다.올라온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위험부담이 크다.
섬 여행은 멋있고 즐거운 것이지만 가끔 고립되는 두려움과 외로움도 있다.그보다 자책감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그것은 자연을사랑한답시고 스스로 자연을 훼손하지나 않나 하는 점이다.
어느 섬에서는 외지 사람을 싫어하는 주민도 있다.동백나무.난초.돌,심지어 야생초까지 마구 캐 가고 뜯어 가기 때문이다.사진찍는 것조차 싫어하는 곳도 있다.
정족도에는 우리나라 희귀종인 가마우지가 서식한다.
가마우지는 겨울철새로 몸 전체가 까맣고 등과 어깨깃 부분은 녹색인데 잠수를 잘한다.30m 물속에서 70초 이상을 참아 낸다하니 인내심이 대단한 놈이다.
가마우지는 중국 우수리강 유역에서 번식하며 일본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우리나라에서는 고군산열도의 장자도 뒤에 있는 가마우지섬과 소횡경도 등대 및 암벽 등에서 서식하고 있다.
그곳 사람들은 가마우지가 그곳밖에 없는 줄 아는데 정족도에 와보니 오히려 이곳이 본고장 같은 인상이 든다.정족도 두 봉우리에 약 30마리씩 앉아 있고 갯바위에 여섯 마리가 앉아 있는것이 눈에 띄었다.이 섬에서는 가마우지말고도 다 른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그야말로 새들의 낙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