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 자원 외교에 맞불 … 엔 차관 들고 아프리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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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초유의 고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자원외교에 나서고 있다.

고성장을 계속하는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원조를 확대하면서 그곳에 묻혀 있는 풍부한 자원에 눈독을 들이는 데 맞불을 놓기 위한 조치다. 일 정부는 향후 외교의 핵심을 자원외교로 삼고 중앙아시아에 이어 아프리카에도 초점을 맞춰 자원 확보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 정부는 20일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앙골라에 대한 엔 차관을 처음으로 공여하기로 했다. 니켈이 풍부한 마다가스카르 등에도 엔 차관 공여를 재개할 방침이다. 구체적 조건은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개발회의(TIACD)'에서 당사국들과 논의할 계획이다.

일본이 엔 차관을 제공하기로 방침을 결정한 앙골라는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140만 배럴(2006년)로 전 세계의 1.84%를 차지한다. 올 1월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가입하는 등 산유국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메이저'로 불리는 국제석유자본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원유 수입 증가로 경제가 성장 궤도에 올라선 앙골라의 경우 차관 변제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 일 정부가 차관 제공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일 정부는 그동안 채무변제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엔 차관 제공을 중단해 왔던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차관 공여 재개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니켈 자원이 풍부한 마다가스카르 외에도 구리가 풍부한 잠비아가 우선 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일 경제산업성은 최근 민관 합동 방문단을 이들 국가에 파견해 자원탐사 가능성을 정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다가스카르에는 휴대전화 전지와 안테나에 사용되는 니켈과 코발트가 대량 매장돼 있으나 채굴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일 정부는 또 아프리카 중동부의 중요 물류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케냐 몸바사항에 대한 확장 프로젝트에도 270억 엔의 대규모 엔 차관을 제공한다. 이 항구를 통해 주변국의 각종 자원을 원활히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일본과 케냐는 이르면 다음 달 중 합의문서에 공식 조인한다.

일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자원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일본에 있어 에너지와 희소 금속의 안정적 조달은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새로운 자원개발지역으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해 엔 차관을 통한 자원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 아프리카 48개국의 정상을 모아 놓고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자원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일 정부는 내년 5월 일본 요코하마(浜)에서 열리는 TIACD에서 정부개발원조(ODA) 등을 통한 아프리카 지원책을 내놓고 아프리카 각국과의 관계를 보다 긴밀히 한다는 방침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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