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90달러 땐 연말 물가 상승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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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제유가가 앞으로 1년간 배럴당 90달러로 유지되면 소비자 물가는 0.45%포인트 오르게 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연말께는 2%대 후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은이 전망하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다. 한은은 내부 보고서에서 "올해로 2%대 물가 안정시대는 끝나고 내년부터 4년 만에 물가상승률 3% 시대로 복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19일 국제 원유시장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한때 배럴당 90.07 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국내에 많이 수입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배럴당 79.59달러로 80달러 고지를 코앞에 두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두바이유가 배럴당 85달러에 이르면 환율.물가를 감안한 실질가격이 1980년대 초 2차 오일쇼크 때와 비슷해진다"며 "3차 쇼크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은 물가통계팀의 윤재훈 과장은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며 "갈수록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에 '차이나 리스크(중국발 위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낮은 임금과 저물가로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중국이 고임금.고비용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물가 상승률은 2005년 1.8%, 지난해 1.5%였다가 올해는 8월까지 3.9%로 급등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물가 상승은 결국 중국산 수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며 "저가 제품으로 세계 물가 안정에 기여했던 중국이 이젠 인플레이션의 진원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 하락, 경기 침체로 이어져 국내외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유가 상승과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19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2.64% 떨어진 1만3522.02로 마감했고, 한국의 코스피 지수도 2000선이 붕괴됐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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