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자회담, 이번엔 돌파구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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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자회담에 다시 나오기로 했다. 잘한 결정이다. 지난해 8월 말 첫 회담을 한 뒤 반년이 다 돼가는데 이번에 회담이 재개되지 않는다면 북핵 해결을 위한 다자틀 자체가 의미를 잃을 뻔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협상을 거부하는 상황에선 더더욱 6자회담만 한 창구가 없다.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한국과 중국 등이 타협안을 제시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유용하다.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줄곧 다자회담에 대해 지지를 표명해 왔다. 이제 어렵사리 열리게 된 회담을 앞두고 남북한 모두 유념할 대목이 있다.

우선 북한은 회담 참여국들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 북한은 지난달 8일 미국 민간 방북단에 자신들의 '핵 억제력'을 보여주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협상근거로 삼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북측의 이런 위험한 행동은 국제사회로 하여금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효과를 기대했는지는 모르나, 역으로 이를 제거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된다는 점을 평양지도부는 알아야 한다.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경우처럼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말을 바꾸는 자세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회담 참여국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없다면 북측이 요구하는 체제보장 역시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것을 결코 얻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또 한국이 북한의 핵협상에서 볼모가 아니라 북측에 대한 안전보장을 담보하는 중요한 파트너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정부 역시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북측에 더 이상 길이 없음을 주지시키고 미측에 대해서도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충실해야 할 당위성을 설득해야 한다. 지난날 우리의 다양한 대북협상 경험이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이런 노력을 소홀히 할 때, 우리의 안위가 걸린 문제가 우리 영향력 밖에서 좌우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2주일 뒤 열릴 회담에선 어떻게든 6자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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