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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뉴스] 환율 내리고 기름값 올라도 수출은 계속 느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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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보통은 원-달러 환율이 내리면(원화가치 상승) 수출,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비싸진 한국 제품을 덜 사용하기 때문이죠.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원-달러 환율은 연 평균 6.9% 하락했고, 올 들어 18일까지도 1.3% 내렸습니다.

원유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도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유가는 올 들어 43% 올랐고, 구리·납·니켈 등의 가격도 30% 이상 상승했습니다. 교과서대로라면 이쯤에서 벌써 ‘수출 한국호’는 비실거리고 있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수출은 9월까지 12.7% 늘었습니다. 한국은행은 당초 300억 달러로 잡았던 상품수지 흑자 규모를 7월 315억 달러로 높여 잡기까지 했습니다.

경제논리로 보면 줄어야만 하는 수출이 계속 늘고 있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선 우리 기업들은 이른바 ‘오일 머니’를 적극 공략했습니다. 원유·가스·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자원 부국 수출을 크게 늘린 것이죠. 2000년 한국의 수출국 31위였던 러시아가 9월엔 8위로 부상했습니다. 수출액이 7년도 안 돼 여덟 배 늘었기 때문이죠. 21위였던 베트남이 14위, 15위였던 멕시코가 9위로 뛰어오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원 부국들인 호주·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도 한국 제품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으로부터 ‘세계경제의 엔진’ 역할을 이어받고 있는 중국과 인도로의 수출도 급증했습니다. 중국은 이미 2003년부터 미국을 누르고 한국 제품을 가장 많이 사 가는 나라가 됐습니다. 수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21.3%나 됩니다. 2000년 우리의 수출국 랭킹 25위였던 인도도 올 9월엔 11위로 뛰어올랐죠.

KDI의 이시욱 연구위원은 “악재를 극복할 만큼 우리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1년 2.1%였던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8%로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향후 수출 전망이 장밋빛 일색만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이 큰 데다 중국도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긴축정책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경제논리를 뒤집는 우리 수출 기업들의 파이팅을 기대해 봅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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