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연의패션리포트] 남성 디자이너 둘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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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연 패션잡지 엘르 수석차장

"패션쇼는 비즈니스죠”
JUNN.J 정욱준

Q. 파리 컬렉션 데뷔 성과는.

A.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다행히 스스로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외국 프레스와 바이어에게 내 이름과 브랜드 ‘준 제이(JUUN.J)를 기억시키지 않았나한다. 이름 앞에 ‘코레안’을 붙였다는 것도 자랑스럽다.

Q. 외국 프레스의 반응 중 기억나는 것.

A. 패션쇼는 6월 28일 목요일이었다. 이틀 뒤인 토요일 아침,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문 가판대에서 ‘르 피가로’지를 사서 펼쳐보았다. 설마했는데 ‘JUUN.J’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감동이었다. 파리 남성복 컬렉션은 닷새 정도에 내로라하는 디자이너 80여 명이 패션쇼를 연다. 그중에서 ‘르 피가로’ 같은 유력 일간지에 쇼의 평이 실린다는 것은, 그것도 처음 선보이는 디자이너의 쇼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Q. ‘르 피가로’는 뭐라고 썼나.

A. ‘파리 남성복 컬렉션의 첫 날, 아주 특별한 디자이너 한 사람을 발견했다. 흡인력과 영향력을 가진 컬렉션을 선보인 그의 이름은 JUUN.J다. 완벽한 공이 들어가 있고, 마무리가 잘된 테일러링이 훌륭한 컬렉션이었다…’라고 시작되는 글이었다. 아직도 외우고 있을 정도다(웃음).

Q. 국내 패션쇼와 달랐나.

A.해외에서 패션쇼는 곧 ‘비즈니스’다. 쇼에 대한 반응은 매우 즉각적이고 냉혹하다. 아무리 유명한 디자이너라도 수준 이하의 컬렉션을 발표하면 가차 없는 비판이 이어지고 바이어들은 발길을 돌린다. 우리처럼 어떤 쇼에 어떤 스타가 무엇을 입고 왔다든가 하는 식의 기사는 없다.

◆1991년 국내 남성복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 1999년 자신의 브랜드 론 커스텀(Lone Costum) 런칭. 2001년부터 매년 서울 컬렉션에 참가. 올해 6월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 데뷔. 영화 ‘화산고’ 의상과 W호텔 유니폼 등을 디자인.

"입을 수 있는 옷을 무대에 올립니다”
제너럴 아이디어 최범석

Q. 한국 디자이너의 해외 진출 벽이 높다.

A. 서울 컬렉션에서 알게 된 해외 바이어가 "서울 패션위크에서 본 어떤 디자이너의 옷을 주문했는데, 옷은 오지 않고 소식도 없다”고 했다. 분명 해외 바이어가 아주 작은 물량을 주문했고, 아마도 디자이너는 그것을 만들어 보내면 분명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을 것이다. 난 다섯 장이든, 여섯 장이든 보낸다. 손해를 좀 보더라도.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다.

Q. 해외와 국내의 패션 비즈니스는 뭐가 다른가.

A. 해외는 유통업체가 브랜드 제품을 완전히 사는 형태다. 재고 책임도 지는 만큼 바이어의 역량이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위탁판매 형태라 브랜드는 대형 유통망의 힘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론 자본력 없는 신인 디자이너들이 시장에서 자신의 옷을 팔기 어렵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스타 디자이너의 등장을 막는 큰 걸림돌이다. 동시에 디자이너도 많은 반성을 해야 한다. (몇몇 디자이너의 경우) 생산 원가의 8배수를 옷값으로 받는다. 그만한 값어치를 과연 내가 만든 옷이 하고 있는지 냉정히 검토해봐야 한다.

Q. 패션쇼에 오르는 의상은 어떤 것들인가.

A. 무조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 대중은 패션쇼라 하면 매우 과장되거나 화려한 작품 같은 걸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이다.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는 이미 역사의 뒤로 저무는 해다. 나는 기성복 디자이너다. 입지 못하는 의상은 쇼에 올리지 않는다. 패션쇼의 모든 의상은 전부 판매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Q. 디자인 구상은 어떻게.

A. 영감은 정말 예기치 않는 곳에서 느닷없이 받는다. 머릿 속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스케치를 많이 하고 그 다음 소재와 컬러를 고른다. 그리고 내가 정한 컬렉션의 주제와 관련된 음악, 영화, 책 등 뭐든지 닥치는 대로 접하며 그 테마에 푹 빠지려 노력한다. 마치 배우가 영화 시나리오를 받고 그 배역에 빠져 지내듯. 컬렉션을 무대에 올리는 날까지, 철저하게.

◆스무 살, 거리의 옷장사에서 시작해 동대문의 히트 디자이너로 성공. 2003년 ‘제너럴 아이디어(General Idea)’라는 브랜드를 런칭. 현재 국내 유수의 백화점과 직영점에서 판매. 파리 프렝탕 백화점을 비롯해 해외에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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