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대생 봉사실습-아주大 병실청소.아기목욕등 궂은일 체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예비의사인 의대생들이 간호사의 지시를 받아 병원에서 봉사를 실습한다-.
그 병원봉사실습은 점잖은「임상실습」이 아니라 병상 시트 갈아끼우기,환자를 휠체어 등으로 수술실.검사실로 모셔가기,약국에서번호표 나눠주기,신생아 목욕시키기 등에다 심한 경우 빨래까지 하는 온갖 허드렛일이다.
지식전수 일변도의 대학교육에 대한 반성이 대학가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아오는 가운데 아주대의대(학장 李鎬榮)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대생들에게「병원봉사실습」과정을 도입해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이는 환자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의사는 공부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人性이 형성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6년의 의대교육과정중 기초과정(3년)에서 임상과정(3년)으로 진급할 때 6주간 병원봉사실습을 거쳐야만「기초의학 종합평가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준다.
이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한 前학장 李成洛의무부원장은『병원봉사실습제도는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윤리관이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인성교육적 측면과 의료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조기에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90년 시행이후 일부 거부감도 없지 않았으나 실습기간을 늘려달라는 학생들도 있어 학교측은 일부 문제점을보완해 실습과정의 내용을 보다 충실히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52명의 대상재학생들이 전국 7개병원에서 실습을 받고 있는데 서울 제일병원의 경우 올 여름에 5명이 2~3주의 봉사실습을 마쳤으며 현재 邊昌범군(24.기초과정2년),金南希양(20.기초과정2년),李在滿군(23.기초과정3년)등 3명이 13일까지 2주간 봉사중이다.
1학년때에 이어 두번째 봉사실습을 하는 李군은『처음에는 솔직히 이런 허드렛일 할 시간에 해부학 교과서를 한번 더 보는 게낫겠다고 생각했으나 실제 현장경험을 하면서 생각이 전혀 딴판으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병원업무와 환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생겼고「생명의 외경」을새삼 실감했다는 증언이다.
『신생아실에서 아기에게 우유를 먹인 뒤 등을 두드려 트림을 시키고 엎어놓고 기저귀를 갈아줍니다.태어난 지 얼마 안되는 아이가 트림을 하는 것을 보고 참 신기하다 싶었어요.』 제일병원李賢淑간호부장은『美國병원에서 근무할 때 학생들이 일하는 모습을보며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회봉사활동이 교육적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느꼈다』며『의사의 직업적 윤리성.도덕성과 관련된 문제들도 이따금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만큼 봉사실습교육이 의대의 인성교육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金泳燮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