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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통령 누가 돼도 "기자실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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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속속 확정되고 있는 여야 대선 후보들이 "집권하면 기자실을 복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 밀어붙이고 있는 '기자실 통폐합' '취재제한 조치'의 실질적 시효가 2~4개월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개월 뒤면 새 대통령 당선자가 나올 시점(12월 19일)이고, 4개월 뒤면 새 대통령 취임식이 있다(2008년 2월 25일).

취재 제한 조치, 정부 측 표현으로 '언론 선진화 조치'는 총리 훈령과 국정홍보처의 집행 기능에 의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기에 정부의 입장 변화만으로도 원상 회복이 가능하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기자실은 복원해야 한다. 기자실 복원을 제1공약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정부가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발표했던 5월에도 '폐쇄 조치에 명백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정 후보 측 정기남 공보실장은 17일 "집권하면 기자실을 오히려 적극 활성화하겠다는 게 기자 출신인 정 후보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인제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이날 "과거 권위주의 정부는 언론 보도에 손을 댔는데, 지금 정부는 취재권에 손을 대고 있다. 이는 또 다른 간섭이자 억압"이라며 "백지 상태에서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최대한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이미 지난달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기자실 통폐합 조치 강행은 정부 주도의 언론 규제 내지 통제로 권위주의적 정부하에서나 가능했던 시대착오적인 내용"이라며 "기자실 통폐합 조치는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지난 5월 대구 계명대 강연 후 "기자실 폐쇄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가능하다면 취소하고 원상을 회복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형준 대변인은 17일 "이 후보가 집권하면 기자실을 원상 복구하고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역시 "정부 방안은 취재원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론 활동과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은 정당치 못한 만큼 원칙적으로 (종전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를 찾아 기자실 통폐합에 반대하는 기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정부 부처를 상대하는 국회 관계자는 "12월 대선에 출마한 유력한 후보들이 모두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반대하는 만큼 이들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그의 언론관이 정부 관료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실 통폐합을 강행하는 청와대와 국정홍보처, 정부 부처 내 언론 담당 부서들의 추진력도 점차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 무거운 심판 받을 것"=정부 부처 기자실 폐쇄 엿새째인 17일 기자들은 출근 투쟁을 계속했다. 외교부 담당 기자들은 이날도 정부 중앙청사 별관 2층 기자실 앞 로비 바닥에 고무깔개를 펴고 앉아 기사를 작성했다.

최구식.심재철.장윤석 등 국회 문광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투쟁 중인 외교부 기자들과 면담하고 정부의 방침을 비난했다. 기자 출신인 최구식 의원은 "언론 자유가 뒷걸음질치는 시대착오를 보면 피눈물이 난다"며 "이 조치에 관여한 사람들은 법과 제도적.역사적으로 무거운 심판을 받을 것이며 '언론 대못질'은 길어봐야 4개월"이라고 말했다.

장윤석 의원도 "언론인들이 정부의 조치가 언론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호소하는데 언론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는 한마디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호.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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