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금융시장>上.증시등 규제조치 많아 쇠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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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돈은 물과 같다.억지로 막으려해도 자유롭고 효율적인 시장으로흘러가게 마련이다.일본을 찾아왔던 외국계 은행.증권사들이 높은地價.인건비.각종 번잡한 규제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줄줄이 홍콩과 싱가포르로 빠져나가고 있다.이른바 금융空洞化 현상이다.입장이 비슷한 한국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일본의 금융空洞化를 3회로 연재해본다.
[편집자註] 뉴욕및 런던과 함께 세계3대 금융중심지로 꼽혀온도쿄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上場을 폐지한 외국기업들은 13개사에 달하며 지난 91년 1백27개사로 피크를 이뤘던 上場외국회사 수 역시 올들어서는 97 개사로 축소됐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당황한 것은 일본 대장성.대장성은 최근 국제금융 중심지로서 도쿄市가 누려왔던 지위가 더 이상 잠식되는 것을 막기위해 특별기획팀을 긴급 편성,대책마련에 들어갔다고 8일 밝혔다.
영국 런던주식시장에서 요즘 일본주식매매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올해의 일본주식시장은 지난 3월 한때 북적거린 것을 제외하면 급속히 진행되는 엔高로 인해 다시 동면에 빠진 상태.이런 일본 시장을 옆에두고 런던시장의 일본기업 주식매매 는 올상반기중 3조엔을 기록,전년동기대비 무려 2배로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하다.런던시장의 거래소 회선사용료는 1회당 50펜스(우리돈 약6백40원)에다가 유가증권 거래세나 매매위탁수수료는 제로.1%의 코스트 차이가 중요한 기관투자가들로서는 매매액의 무려 4%에 달하는 일본증권시장을 들여다볼 필 요가 없다.
85년에 외국주식의 장외거래를 시작한 런던증시는 현재 유럽이나 일본기업 주식을 중심으로 6백11개사가 상장돼 있다.이에비해 東京증권거래소의 외국주식부는 피크때인 91년이후 무려 30개사가 고무신을 바꿔 신었다.美제너럴 모터스(GM ).이스트먼코닥등 그동안 東京증시를 등진 기업들의 설명은 하나같이 『상장유지 비용이 너무 올라 코스트를 주주 1인당으로 환산할 경우 세계 제일』이라는 것.
올해 기업을 공개할 예정인 중국 국영기업 22개사 가운데 18개사가 홍콩시장에,4개사가 뉴욕시장에 상장할 방침.중국기업뿐아니라 아시아의 성장기업들도 일본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올해초 인도네시아 정부가 주식을 공개한 국영전신전화회사 인도새트의 上場예정지도 회계규정의 작성단계로부터 협력해온 뉴욕과 런던 2개시장을 택했다.東京증시는 상장기준이 문제가 돼 일찌감치 제외됐다.
지난해 11월,싱가포르국제금융거래소(SIMEX)의 닛케이평균先物 거래액이 닛케이평균先物을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였던 日오사카(大阪)증권거래소의 매매고를 능가해 SIMEX의 승리가 선언됐다.판정을 내린 것은 거래소도 증권회사도 아닌 투자가들이었다. 日오사카증권거래소가 패배한 직접적인 원인은 91년부터 시작된 위탁수수료및 증거금 요율 인상,가격폭 제한강화등 오사카거래소가 취한 각종 규제조치 때문이었다.
오사카거래소의 선물시장은 올해 1월 평균주가가 과거를 통틀어3위의 상승폭을 기록하자 가격폭 제한이 족쇄로 작용,거래가 성립되지 못한채 기능마비에 빠졌다.그 결과 매매주문은 봇물 터지듯 SIMEX로 몰렸으며 이를 계기로 기관투자가 를 중심으로한오사카證市 이탈이 발생한 것이다.
얼마전만해도 東京금융시장은 세계의 금융센터로 발전하면서 뉴욕.런던과 어깨를 나란히할 정도였다.그래서 일본에서는 「언제」 뉴욕이나 런던시장을 추월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었다.그러나 지금은 언제의 주어와 목적어가 바뀌었다.홍콩이나 싱가포르 시장이 「언제」東京시장을 추월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日대장성이 부랴부랴 특별기획팀을 구성,대책마련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일본식 규제완화」의 본질을 잘알고 있는 투자가들이 얼마나 따라줄지 의문이다.
〈李信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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