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근간>도서출판 열화당 故 이종석 단행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목공예.칠기등 우리나라 전통 민속공예 연구에 독보적인 업적을남긴 故 李宗碩씨가 남긴 각종 논문.연구자료가 단행본으로 엮어져 출간된다.
도서출판 열화당(대표 李起雄)은 고인의 3주기를 맞아 신문.
잡지등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자료를 하나로 묶고 여기에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연구 결과를 더해 오는 9월말께 책을 낼 예정으로 막바지 원고정리에 한창이다.
李씨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민속문화재의 조사.발굴.정리에일생을 바친 학자겸 저널리스트.지난 86년에는 20년 가까운 현장답사를 바탕으로 목공예에 관한 연구서로는 첫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한국의 목공예』를 펴내 그해 東垣학술대 상을 받은 바있다. 유고집의 제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한국의 전통공예』란 가제 아래 내용을 크게 4부분으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출판사측은 밝힌다.
1부에선 목칠공예 부문을 집중 조명한다.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의 목칠기의 특성,통일신라의 평탈유물(구리거울 뒷면 장식)을 먼저 살펴본후 고려시대 나전칠기의 생성과정을 설명한다.이어 조선시대 칠의 독특한 개성과 목공예에 대한 전반적인 해설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2부에선 다양한 공예품에 스며들어있는 우리 조상들의 숨결을 찾아본다.전승공예의 서민적 성격,한국 석공예와 화문석의 주재료,전통자수의 어제와 오늘,피죽채상(대나무 속껍질을 벗긴뒤 색칠해 만든 상자),갓의 이모저모등을 자세하게 들여다 본다.
3부엔 고인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직접 채록한 匠人들의 예술혼을 모을 예정이다.小木匠.樂器匠.꽃신匠.弓矢匠.長刀匠과 명주짜기.나전칠기.기와.금은조각.북.삼베짜기등 대가들의 작품세계가 다뤄진다.
마지막 부분은 탈.石像등에 나타난 선인들의 여유있는 얼굴을 살펴보면서 분주한 산업사회에서 잃어버린 우리네 본래 얼굴을 되짚어본다.돌장승의 풍부한 표정,人面瓦에 나타난 신라인의 청순한미소,승려탈에 비친 승려들의 비천함,희귀하나 청 순한 동자상,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나한상,하회탈에 담긴 영남 미인의 두 얼굴 등을 담백한 어조로 풀어간다.
저자의 글과 자료들을 다시 편집해 책으로 엮어내는데는 고인의딸인 소설가 李祥林씨(30)의 노력이 컸다.『장기 한판 두어본적이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뛰어다닌 선친의 유작을 하나로 묶어보고 싶은 소박한 소망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또 저자의 홍익대 제자 3명이 계속되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지난해부터 흩어진 각종 자료를 정리하고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재구성했다.『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영남대 兪弘濬교수도 책출간과 앞으로 있을 출판기념회등을 위 해 앞서서 돕고있다.
서문을 쓸 鄭良謨 국립중앙박물관장은『이번에 고인의 작품이 집대성됨으로써 후학들에게 커다란 귀감이 되는 동시에 한국 문화재조사와 연구방법에 또 다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故李宗碩씨는 1933년 충남 아산출생으로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단국대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지금은 없어진『신태양』『새벽』誌 기자로 시작해 신문사 문화부 학술.문화재 담당기자로 20년 넘게 일했고,湖巖갤러리관장.문화부 문 화재 전문위원을 역임했다.이를 인연으로 화문석.장승.목칠등에 깊이 빠져들어 이 분야에서는 처음인「한국고대칠기연구」로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91년3월 5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朴正虎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