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자원봉사>1.영국 국민 80%가 봉사경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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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中央日報가 펼치는 자원봉사 캠페인에 사회와 시민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우리보다 앞서 자원봉사를 제도화한 다른 나라의 현황과 실태를 현지취재로 엮는다.
[편집자註] 곤궁한 사람에게 자신을 이해해줄 단 한사람만이라도 있다면 그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자원봉사는 사회의 소외된 이웃에 희망의 약을 주는 제도며 실천입니다.
런던 남쪽 「발함」주택가에 자리잡은 정신박약자들의 보금자리「폰타노이 호스텔」.
젊은 자원봉사자 리처드 스티어군(19)은 11명의 정신박약자들과 숙식을 같이 하며 매일같이 이들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이곳 폰타노이 호스텔은 20대초반에서 60대까지 지능이 어린아이 수준인 정신박약자 11명이 모여 사는 특수 요양기관.
스티어군은 다른 유급직원 5명과 함께 옷 갈아입히는 것부터 목욕.쇼핑,심지어 대소변을 치우는 것까지 모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그늘진 이웃들을 위해 소중한 젊음을 바치고 있다.
『지능이 모자라는 이들을 돌보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내가 가장필요합니다.이들을 정상인들과 같이 생각하면 참을 수 없어요.』스티어군은 지난해 고교를 졸업한 뒤 이곳에서 3개월째 일하고 있다.이곳 폰타노이 호스텔에 아예 조그마한 방까지 하나 얻어 숙식하며 올 10월 요크대학 사회학과에 진학할 때까지 장애인들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英國에서는 고교를 졸업한뒤 1년정도 인생 경험을 쌓고 대학에 진학하는 일이 흔합니다.같은 또래의 친구중에는 배낭여행등 인생을 즐기는 경우가 많지만 젊음을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쓰는것이 값지다는 생각이 들어 자원봉사단체의 문을 두 드렸지요.』실지로 유럽내에서 자원봉사자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단연英國이다.
자살하려는 절박한 사람들을 위한 전화상담창구인「사마리탄」,병들어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호스피스」등 쉽게 생각나는 고전적인 자원봉사활동부터 노인들의 정원을 단장해주는 일,맹인들에게 신문을 읽어주는 일 등….
이러한 각종 단체는 남모르게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숫자 파악이 불가능하나 英國 전체에 30여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자원봉사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게 된 것은 무엇보다 英國 전역에 고루 퍼져있는「자원봉사 안내소」의 역할이 크다.
전국적으로 3백여개에 달하는 이 안내소는 담당지역 내의 모든자원봉사 활동을 소상히 파악,자원봉사 지원자의 성격과 자질.희망등을 고려해 적당한 일을 맡긴다.
그러나 이처럼 잘 짜인 제도적 힘만으로 英國이 자원봉사자의 나라가 된 것은 물론 아니다.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91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동안 자원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 18세이상 성인의 비율이 51%,지금까지 한번이라도 자원봉사 경험이 있는 경우는 무려 80%를 웃돌고 있다.
90년 1년간 자원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 51%는 80년 41%에 비해 10%가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자원봉사에 대한 영국인들의 열정이 남달리 높은 것은 무슨 까닭인가.
먼저 이들의 국민성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기독교적인 박애주의 사상이 사회 전체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어 자원봉사가하나의 전통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국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족간의 유대에 큰 비중을두지 않는 대신 지역공동체에 대해 높은 소속감을 지녀 소외된 이웃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자원봉사에 참여할 경우 본인에게도 유익하도록 만들어진 사회 구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英國에서는 사회봉사활동도 하나의 중요한 이력으로 쳐줍니다.
사회에 막 발을 디딘 젊은이는 어디서도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채용이 잘 안되지만 사회봉사활동을 하면 수월하게 일자리를 구할수 있죠』라고 루이샴 자원봉사안내소 파올라 브리언 씨(여)는 설명했다.
즉 기업등 사회 각 분야에서 자원봉사활동을 단순히 보람있는 일로 치부하기 보다 행정능력과 대인관계등 중요한 기술을 익힌 좋은 경험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런던=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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