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의사가 본 종합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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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그동안 우리나라 TV 드라마들은 비정상적인 남녀간의 사랑을 줄줄이 얽어 놓는다든지,진지한 인간상을 모색하기 보다는 지나친말장난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간다는 비판이 만만찮았다.그러나 지난4월부터 방영돼 인기를 모으고 있는『종합병원』 은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그중에서도 인턴과 레지던트의 세계를 보여주는 색다른 시도로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이『노말샐라인을 아이부이』하고,『운드 드레싱』을 하고,『바이털사인 체크』하는 장면은 바로 의료 의 생생한 현장이 아닐 수없다.아마 그동안에는 병원현장을 극화하려고 해도 이런 전문적인용어를 소화할 수 없어서 해내지 못했을 터인데『종합병원』은 바로 그 점을 역이용,전문용어를 여과없이 사용하면서 이에 대한 해설을 자막처리함으로 써 성공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사실 병원만큼 절박한 인간드라마가 펼쳐지는 곳은 드물다.수많은 사람들이 생과 사의 기로에서 고통스러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점 하나만으로도 절박한 현장이 아닐 수 없다.특히 한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의료현장에서 전공의들도 경험이 부족한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이로인해서 환자의 생명이 위중하게 되고,보호자들의 질타가 가해진다.과장이 혹독하게 전공의들을 혼내는 과정들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수련의들의 인간적인고민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전공의들의 고달픈 모습을 일반인들이 이해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구나하는 안도감을 느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나『종합병원』의 몇가지 성공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과장된점이 눈에 거슬렸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예를들면 전공의 한명이 종손인데 부인은 시골 종가집에서 어른들을 모시다가 서울로 올라와서 당직실에서 「아기를 받으려다가」 환 자가 위급해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장면이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종가집이라 해도 남편과 떨어져 시골에서 어른들만 모시고 산다는 것도 이해가가지 않으려니와 전공의가 아무리 바쁘기로서니 집에도 한번 가지못하고 당직실에서 아기를 받을 정 도야 되겠는가?예술은 인물을창조할 때 전형을 만들어야 성공하는데 지나친 과장은 변형을 창조하게 되고 자칫 공장소설로 전락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더구나 최근엔 『종합병원』이 삼각,사각관계의 사랑놀음으로 변질된다는 우려를 안겨 주고 있다.남녀 전공의들 또는 간호사와 전공의 간의 사랑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내용을 드라마의 주된줄거리로 삼는다면 그동안의 성과를 무너뜨리고 기 존 드라마의 함정에 빠지는 잘못을 범하게 될 것이다.
이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명이 다루어지는 절박한 의료현장에서 의사와 간호사와 환자들의 긴장된 인간관계를 생생하고 진솔하게 그려내는데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서홍관〈인제대 백병원 가정의학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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