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토론장의 차기 빅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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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하고 과묵한 귀공자'와 '쾌활하고 적극적인 달변가'.

중국 정계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시진핑(習近平.54) 상하이(上海)시 당 서기와 리커창(李克强.52) 랴오닝(遙寧)성 당서기가 16일 해외 언론에 정식 데뷔했다. 중국 공산당 17차 당 대회가 마련한 지역 대표 토론회 자리에 출석했다. 이 토론 장면이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성격.스타일 대조적=인민대회당의 서로 다른 건물에서 2시간30분 동안 언론에 공개된 두 사람의 이미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리커창은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랴오닝성 당 대표들이 대기 중인 회의실에 예정 시간보다 10분 일찍 나타나 5분 전에 발언을 시작했다. 반면 시진핑은 오전 9시 정각에 입장했다. 리커창은 직접 사회를 봤다. 시진핑은 부하인 한정(韓正) 시장에게 사회를 맡겼다. 직접 업무를 챙기는 리커창과 달리 시진핑은 권한을 밑으로 위임하는 스타일이다.

토론회 말미 외신 기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에 리커창은 자유롭게 질문을 유도하면서 가급적 본인이 답변하려 했다. 이에 반해 시진핑은 3개의 질문 중 하나만 자신이 답변하고 나머지는 배석한 실무자에게 넘겼다. 발언할 때도 리커창은 손짓까지 동원하며 격정적 모습이었다. 시진핑은 두 손을 모은 자세로 큰 움직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서로 다른 성장 배경=두 사람의 개성과 스타일이 다른 것은 성장과 교육 배경이 다르고 정치적 파벌도 다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리커창은 안후이(安徽)성의 하위직 당원의 아들로 태어나 두뇌가 명석해 자력으로 베이징대 법대에 진학했고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제1서기를 맡은 것은 스스로 실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문과 출신으로 웅변에 능하며 공청단 파벌의 핵심 인물이다.

반면 시진핑의 아버지는 당 선전부장과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을 지낸 시중쉰(習仲勛)이다. 고급 간부 자제인 태자당(太子黨)이다. 그의 성장에 아버지의 후광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스스로 능력을 입증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주변에서 챙겨주기 때문에 그의 태도가 느긋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공계 출신이라 말보다 행동을 우선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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