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취재 전화에 "공보관실 거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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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취재 기피 위험수위=교육부에 출입하는 한 기자는 며칠 전 보도자료에 나온 내용을 확인하러 12일 담당 공무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공보관실의 사전 허락을 받지 않는 한 기자들과 접촉할 수 없다"는 답을 들어야만 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공무원들과 통화조차 어려웠다. 12일 정부 청사 기자실이 폐쇄된 뒤 기자들의 공무원 접촉이 더욱 어려워졌다. 출입기자들의 전화를 받은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공보관실을 거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런 현상은 주말과 휴일에도 이어졌다.

정부는 이번 기자실 폐쇄를 강행하면서 "언론계가 요구해 온 취재접근권은 충분히 보장하기로 한 만큼 이전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국정홍보처가 8일 정부 청사 출입기자들에게 A4 용지 한 장짜리 통지문을 보내 '방을 빼라'고 최후통첩했을 때도 이 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조만간 공식 발효될 총리 훈령에 취재를 기피하는 공무원에 대한 제재가 명시되지 않는 한 공무원들의 취재 거부는 계속될 게 뻔하다"며 "취재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 기자실 폐쇄는 '언론에 재갈 물리기'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보처, 임시 기자실도 철거=12일 기자실이 폐쇄되자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 출입하던 외교부 기자들은 기자실 앞 로비 한쪽에 임시 기자실을 마련하고 출근투쟁을 벌였다. 고무매트와 스티로폼을 깔고 의자와 소파를 구해 와 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홍보처는 12일 밤 기자들이 퇴근한 뒤 정부청사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동원해 의자와 소파.탁자들을 모두 치워버렸다. 조신 국정홍보처 홍보관리관은 "청사 로비는 기자들이 의자나 탁자를 마음대로 둘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며 "미관을 고려해 청사 관리 차원에서 모든 집기를 치웠다"고 말했다.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14일에는 바닥에 매트만 깐 채 노트북과 무선 인터넷으로 기사를 송고했다. 정부 청사 출입기자들은 15일 이후에도 출근투쟁을 계속할 방침이다.

박신홍.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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