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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단일화 주목 … '이명박 대항마'는 누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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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동영·손학규·이해찬 후보(왼쪽부터)가 14일 각각 서대문·마포·관악 구청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14일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마무리되면서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일화를 위한 '준 플레이오프'를 마감한 신당 내부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맞서기 위해 범여권의 모든 주자가 연합해 새판을 짜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단일화로 범여권 지지층을 결집시켜 단번에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이날 손학규 후보를 4만8000여 표 차로 누르며 유력 주자로 올라선 정동영 후보는 "이른 시일 내에 (이명박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는 과연 신당의 바람대로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범여권 단일화는 '신당+문국현+민주당 후보'를 하나로 묶어내는 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언급했다.

현재 이들 후보는 단일화 대원칙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후보 단일화 협상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과 '메이저 리그'인 신당 후보의 연합이다. 신당 내부에선 신당과 민주당 간 후보 단일화보다 제3지대에서 독자 행보를 하는 문 전 사장과의 단일화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지율 상승 면에서도 '신당+문국현' 단일화가 효과적이다. 신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정동영 후보와 문 전 사장은 지지율(5~10%)에서 범여권 주자 중 선두그룹에 속한다. 두 후보가 단일화하면 지지율은 20%대로 치솟을 수 있다.

문 전 사장은 단일화 시점을 늦추자는 쪽이다. "정권 나눠먹기 차원의 단일화라면 국민이 분노할 것이다. 우리 힘으로 지지율 20%까진 가야 한다"는 게 문 전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10월 말까지는 우리대로 갈 것"이라며 다음달 초께를 단일화 착수 시점으로 보고 있다. 신당에선 그가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에서 신당과 극적으로 단일화를 꾀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당 후보 입장에선 하루빨리 문 전 사장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야 하는 게 숙제다.

'마이너리그' 민주당 후보와 벌일 단일화 논의도 관심거리다. 이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이인제 후보는 "범여권은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는 후보끼리 협상할 문제라기보다 범여권 지지층이 확실히 한 쪽으로 표를 몰아주며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 실패 책임이 있는 신당 후보가 아니라 이 후보가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이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강조했다. 신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 간 단일화 과정이 순탄치만 않을 대목이다. 원내 최대 의석(142석)을 확보한 신당 후보와 민주당(9석)의 단일화 협상이 물밑에선 '기득권' 경쟁으로 번질 경우 단일화 협상은 난항에 봉착할 수 있다.

'독립 리그'로 분류되는 이수성 전 총리, 정근모 전 명지대 총장의 선택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보수 성향인 이들이 가세할 경우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을 일정 부분 잠식할 수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장성민 전 민주당 의원도 단일화 협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후보 3명 지지율 합계 이명박에 못 미쳐=범여권이 노리는 것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같은 폭발력이다. 노.정 단일화 효과는 당시 두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압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정동영+이인제+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은 이명박 후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재로선 후보 간 연합으로도 이명박 후보를 앞서기 힘들다는 얘기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2002년과 달리 단일화 효과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2배 이상 올라줘야 단일화 협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입장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두 전.현직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단일화에 적극 개입할 경우 단일화가 의외의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DJ는 지난달 말 방미길에 "신당과 민주당 후보, 문국현씨가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대선 이후 넉 달 만에 총선이 실시되는 점을 고려하면 각 정파의 치열한 세 대결도 후보 단일화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강현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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