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공습한 시리아 핵시설은 북한 모델 본떠 만들던 원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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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폭기가 지난달 6일 공습한 시리아의 시설은 북한 핵원자로를 모델로 건설 중이던 원자로였다고 뉴욕 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스라엘과 미국 정보 분석자들에 따르면 부분적으로 건설된 원자로에 폭격이 가해졌다"며 "이 원자로는 북한이 핵무기용 연료를 생산한 원자로를 모델로 한 것이 분명하다는 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미국과 외국 관리들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공습 목표가 된 시리아의 핵시설은 1981년 이스라엘이 파괴한 이라크의 원자로에 비해 완공될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미완성 원자로였다"며 "이스라엘의 폭격을 둘러싸고 미국 행정부 관리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으며 일부는 '공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또 "시리아가 이 핵시설을 이용해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려면 여러 해가 지나야 한다는 게 미국과 외국 관리들의 얘기"라며 "시리아가 원자로 건설 계획을 어느 정도 진척시켰고, 북한이 어떤 역할을 했으며, 원자로가 전력 생산을 목적으로 한 것인지 등이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관리들은 북한이 핵 계획을 시리아에 판매했거나, 이전했는지, 공습 당시 북한 전문가들이 그곳에 있었는지 등에 대해 확인하기를 거부했다"며 "일부 관리는 북한이 수년 전 핵 기술을 이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핵 기술을 이전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북.미 대화와 6자회담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뉴욕 타임스는 "이스라엘의 공습에 관한 정보는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불과 수명의 관리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고 있으며 이스라엘 언론은 보도 통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딕 체니 부통령과 행정부 내의 일부 강경파는 이번 공습과 관련한 정보를 앞세워 북한과의 협상, 시리아에 대한 외교적 접근법을 재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9월 6일 시리아 공습=이스라엘은 9월 6일 F-151 폭격기를 동원해 시리아 북부 핵 의혹 시설을 폭격했다. 이스라엘 특공대는 공습에 앞서 이 시설을 급습해 북한산 핵물질을 확보했다고 영국 선데이 타임스가 보도했다. 시리아는 폭격된 곳이 핵시설이 아니라 텅빈 군사시설이라고 주장했다.

▒바로잡습니다▒

"이스라엘이 공습한 시리아 핵시설은 북한 모델을 본떠 만들던 원자로"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NYT)의 14, 15일자 보도를 인용한 기사였습니다. 당시 NYT는 "일부 관리는 북한이 수년 전 핵기술을 이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NYT가 18일 '정정란(Corrections)'을 통해 이 보도 내용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미국 및 이스라엘 정보 분석가들이 시리아의 초기 핵시설이 북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는 부분에 대해 "그들이 그렇게 단정적(definitively)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습 목표에 대해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이 기사에서 과장됐다(overstated)"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본지도 이 부분을 바로잡습니다.

북한과 시리아 간 핵 커넥션 의혹은 6자회담과 북.미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이슈입니다. 부시 대통령도 이 보도 직후 북한이 핵을 확산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 보수파는 공습을 계기로 북한이 시리아에 핵기술을 이전했다며 북.미 대화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력 언론들은 최근 이 이슈를 계속 추적해 보도해 왔습니다. 그래서 본지도 NYT의 보도를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시리아 폭격 관련 정보는 이스라엘과 미국 최고위 관계자들만 접근할 수 있는 1급 비밀로 분류돼 있습니다. 관계자들도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유력지들도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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