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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희망적인 유럽시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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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가 꿈꾸어 오던 이상적인 유럽은 어디에 있는가.그것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지난 1년간의 유럽관련 기사를 보면 대체로 비관적이다.우선 유럽통화제도에 대한 의견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실업률은 하늘을 치솟듯 올라 유럽연합(EU) 12개 회원국내에서만 2천만명을 헤아린다.
그리고 유럽인들은 보스니아사태를 종식시키지도 못했다.지난 89년과 90년 공산권의 몰락이라는 대지각변동 끝에 갑작스레 인지하게된 미래의 지향점은 낙담과 의심,역겨움 속에 꼬리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유럽의 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면적인 유럽통합을 위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여전히 효력을 발휘중이다.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통화연구소도 활동을 시작했다.전세계에서 가장 광대한 자유무역지대인 유럽경제지역(EEA)은확고 히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동유럽국가중 일부가 이미 준회원국 가입협정에 서명했다.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오스트리아의 EU가입 협상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졌다.
통화동맹과 정치적 연합이라는 두가지 목표가 달성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초기에는 우리가 희망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숫자의 국가들이 동참할 것이다.1~2개 국가만이 참가할지도 모른다.유럽통합의 길에는 예상보다 훨씬 장애 가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EU의 깊이와 넓이가 더해감에 따라 결국은 목표에 도달할 것이다.
확대작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10년이나 20년 앞을 내다 보면 EU회원국이 20~30개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유럽자유무역연합(EFTA)국가들에 이어 헝가리와 체코.폴란드가 뒤를 잇고 발트3국과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도 그 뒤를 이을 것이다.
말타.키프로스.터키도 이미 수년전 가입 신청서를 냈다.루마니아.불가리아.몰도바.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도 줄을 서서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신청서중 몇장은 처리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러시아가 민주화와 시장경제를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입대상에서는 제외될 거라는 점이다.러시아는 덩치가 너무 크다.
국내에서만 11시간의 時差를 가질 정도로 땅이 넓고 유럽과 아시아의 兩面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러시아와는 공동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는 동반자관계협정이 더 바람직하다.
유럽은 어디에 있는가.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그것은 싫든 좋든 우리의 기억속에 살아 있으며 우리의 꿈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그리고 그것은 생생한 현실이 되고 있다.EU는 이미현실로 존재하고 있고,확대와 심화과정을 밟으며 발전하고 있다.
오늘날 건설되고 있는 것은 광범위한 국제관계 속에서 포괄적이고 자유로운 유럽이다.
미국과의 친밀한 우호관계를 가진 유럽이다.또 러시아와 제국주의적 과거의 응어리를 풀고 좋은 관계를 조성하는 유럽이다.태평양국가들과도 상호 이익이 되는 경쟁관계로 공존하는 유럽이다.그리고 지구의 버려진땅 아프리카에도 마음과 시장을 여는 유럽이다. 역사적으로 이것은 유럽의 커다란 기회다.20세기는 미국의 시대라고 불려왔다.어떤 이들은 이미 21세기는 태평양시대라고 부르고 있다.5억의 인구를 지닌 유럽이 관대하고 담대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다면 다가올 세대는 유럽의 世紀가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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