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로 완성되는 남자의 스타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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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26면

‘브라운 룰’을 위한 옥스퍼드(Oxford)
스타일리시하기로 소문난 밀라노 비즈니스맨들을 유심히 보면 수트엔 거의 갈색 구두만 신는다. 어떤 색의 정장에도 검정 구두를 고르는 우리에겐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정통 수트에는 브라운 옥스퍼드를 매치하라’는 일명 ‘브라운 룰’을 따르는 것. 옥스퍼드(사진 1)는 높이가 발목 아래쯤이고 끈 구멍이 세 개 이상 있는, 끈 달린 모든 구두의 총칭이다. 럭셔리하면서도 은은한 갈색은 남자들이 가장 많이 입는 네이비나 그레이 수트와 잘 어울린다. 오히려 무난하게 여겨지는 검정 구두가 검정 수트 외에는 제대로 멋을 내기 어렵다. 간혹 런웨이에 선 모델이나 연예인들 중 수트에 스니커즈를 매치한 경우도 볼 수 있지만, 신사의 품위를 강조한다면 선택은 브라운 옥스퍼드다.

윙 팁 프린지(Wing Tip Fringe)
윙 팁 프린지(사진 2)는 구두코 모양이 새가 날개를 편 것처럼 더블유(W)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톱니 모양의 펀칭이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흥미롭게도 그 태생은 노동계급에서 비롯됐다. 비가 자주 오는 스코틀랜드에서 노동자들이 질척거리는 땅을 걸을 때 신발 안으로 들어온 물기를 빼내기 위해 가죽 표면에 펀칭을 고안한 것. 이제는 그 ‘날개’의 기능을 다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장식으로서는 훌륭하다. 프린지의 화려함 덕에 캐주얼 차림에 적합하지만, 수트와 함께한다면 같은 색의 구두를 골라 전체적으로 길어 보이게 하면 좋다. 구두코의 날개 장식이 그 밋밋함을 충분히 보완할 것이다.

몽크 스트랩(Monk strap)
발등 위의 벨트 모양 버클 스트랩은 고급스럽고 점잖은 분위기를 풍긴다. 따라서 끈이 없는 구두 중 수트와 함께 신을 수 있는 유일한 구두가 바로 버클 장식의 몽크 스트랩(사진 3)이다.

로퍼(Loafer)
로퍼(사진 4)는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신던 모카신을 미국인들이 변형시킨 것으로 굽이 낮고 발등에 끈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게으름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고 벗기 편한 스타일로, 스니커즈만큼 캐주얼과 함께하기에 좋다. 로퍼를 정통 수트와 매치하는 건 금물이지만 블레이저 같은 세미캐주얼과는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또 데님ㆍ롤업 팬츠와 스타일링하면 맨발로 신어도 멋스럽다. 구찌ㆍ살바토레 페라가모 등 브랜드 로고를 금속버클로 붙인 형태나 발리처럼 고유의 천으로 장식한 디자인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플레인캡 토 vs 슬립 온(Plaincap toe vs Slip-on)
정갈함이 매력인 플레인캡 토(사진 5). 아무 장식 없이 끈을 묶는 디자인으로, 구두코에 있는 한 줄의 띠와 펀칭 장식이 일반적이다. 우리에겐 흔히 군대에서 신는 단화같이 보이지만, 사실 화려한 파티에서 똑 떨어지는 울수트와 매치하면 가장 빛난다. 단, 때가 쉽게 타고 가죽의 질이나 제작의 완성도가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구두를 보면 주인을 알 수 있을 만큼 정직하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이에 비해 슬립 온(사진 6)은 인디언들의 모카신을 변형해 만든 디자인. 끈 없이 앞이나 옆 부분에 신축성 밴드를 대 편안함을 강조하기 때문에 니트나 셔츠 등 캐주얼한 복장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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