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사건은 고령화 사회의 그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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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13면

최근 전남 보성에서 발생한 70대 어부의 젊은 여성 살인사건은 충격이다. 4명이 희생된 연쇄살인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70대 노인이, 젊은 여성을 추행하려다 여의치 않자 살인을 저지른 것이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어 버렸다.

‘노인과 바다’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사건 초기에 범인과 범행동기를 놓고 억측이 난무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연령’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문구야말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세계 3대 거짓말 중의 하나가 “늙으면 죽어야지”라고 했던가. 몇 년 전 노인의 성문제를 다룬 ‘죽어도 좋아’란 영화가 상영되자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노인의 성문제는 무지(無知)와 금기(禁忌)로 엉켜 있다. 그 때문에 이번 ‘노인과 바다’ 사건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의 사회 현실을 투영하는 프리즘인 셈이다.

지난 몇 년간 노인 범죄는 꾸준한 증가 추세다. 노인이 많아지니 노인 범죄가 증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01년 전체 범죄의 2.8%를 차지하던 노인 범죄가 2005년에는 5.1%로 늘었다.

노인들의 성범죄는 어떨까? 대체적으로 볼 때 노인의 성범죄는 2004년까지 꾸준히 늘다가 2005년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9월 발효된 성매매특별법의 영향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성매매 범죄만 놓고 볼 때 2004년에는 서울에서만 236명이 검거됐으나 성매매특별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직후인 2005년 127건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강간은 2004년 서울에서만 21건이 발생했으나 2005년에는 30건으로 늘었다. 강제추행의 경우 2004년에는 59건이었다가 2005년에는 72건으로 증가했다. 성매매특별법의 영향으로 강간·강제추행 같은 강제적 성범죄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통계 집계의 문제뿐 아니라 과거와 다른 요즘 노인들의 신체능력 향상 등 여러 가지 개입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노인 성범죄의 특징적인 면은 장애인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항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 및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는 서울의 경우만 보면 2001년 6건에서 2004년에는 22건, 그리고 2005년에는 29건으로 늘었다.

그동안 노인 범죄, 특히 노인 성범죄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고령화 사회가 가져온 또 하나의 부정적 측면이다. 이번 70대 어부의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노인의 성문제와 성범죄를 비롯해 노인 문제 전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 그 대책 마련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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