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할말은하자>8.정치권 언론플레이-비판봉쇄한 政言유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언제부터인가 정부부처와 정치권에는「언론 플레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통용되고 선거철이 되면「○○○장학생」이 회자되곤 했다.
「언론 플레이」는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행정부의 정책,정치인의 정치행위를 어떻게 잘 포장해 언론에 효과적으로 보도하게 하느냐는 것과 관련된 신종 용어다.
정책등의 실체적 내용보다 언론에 어떻게 잘 비쳐지게 하는가에관심을 쏟는 우리 사회의 독특한 일면을 상징한다.그리고「○○○장학생」같은 말은 정치인과 기자,정치와 언론의 유착관계를 단적으로 웅변해 주고 있다.
소리소문없이 음성적으로 진행되는 정치인과 기자의 癒着은 흔히정치인이 기자에게『사무실에 찾아오라』『밥한번 먹자』는 주문에서시작된다.언론인은 비판을 먹고 자란다.그리고 언론인은 운명적으로 정보에 굶주려 있고 정보에 약하다.
반면에 취재원이 되는 정부부처나 정치인은 언론의 비판을 싫어한다.그리고 공무수행이나 정치행위를 통해 얻은 정보를 갖고 있다.그 정보를 이용해 언론에 접근, 비판을 봉쇄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고자 하는 욕구가 있게 마련이다.
이같은 상반된 입장이 묘한 상호교환 관계를 이루면서 부패의 본질인 官言유착의 싹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향응이 생기고,아직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은 寸志수수가 이뤄지는 것도 이같은 기묘한 교환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할수 있다.
언론 플레이의 전형은 이른바「사전 설명」의 형태를 띠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알릴 것이 있으면 당당히 보도자료를 만들어 부처 기자실등에 배포하고 충분한 배경설명을 해주면 된다.정치인도 할말이 있으면 기자회견등을 통해 입장을 밝히면 된다.그래야 多面的 분석과 판단이 가능해지고 적절한 비판이 뒤따를 수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경우 이런 방식을 취하기를 꺼린다.다면적 분석의 대상이 되는게 귀찮고 더욱이 비판이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장학생」을 활용하고 또 장학생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정치인에게는 자신이 가진 정보와 견해 를 기자가 비판없이 전적으로 수용하게 해서 좋고,운명적으로「정보에 약한」 기자에게는 특종기사가 생겨 좋은,누이 좋고 매부좋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새정부 출범이후엔 달라져가고 있으나 그 이전엔 많은 언론인이극도로 부패했던게 사실이다.
〈高道源기자〉 한 多選의원의『과거엔 기자들이 돈을 주면 잘써주고 돈을 주지 않으면 안써주는 현상까지 있었고,그런 그룹을 형성한 정치인의 기사는 잘 보도되고 그렇지 않은 정치인은 취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말은 실로 뼈아픈 지적이 아닐수 없다.
그러다 보니 많은 경우 저급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가장 흔한 것이 촌지 봉투를 돌리는 것이고,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최소한「밥을 한번 같이 먹으면서」사전설명을 하는 방식이다.새정부출범 이전까지는 밥도 먹고 촌지도 주고받는 것이 관행이다시피했다.기자에게 최대한 심리적 부담을 주어 무언가「보답」하게 하는시도로 흔히 사용됐던 방식이다.기자의 보답이란 기사밖에 다른게있을게 없다.그 기사는 많은 경우에 일방적이거나 友好的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언론인의 비판을 봉쇄하는 방법으로 당근만을 쓰는 것은 물론 아니다.공갈과 협박,회유와 매수가 은밀히 진행되는 것이다.어떤특정 사안에 대해 특정 기자가 뜻대로 동조하지 않을 경우 동원되는 방식이다.심지어 정치인의 하부조직.비선조직 을 이용해 전화로 회유하고 그래도 안될성 싶으면 은근히 공갈.협박하는 사례는 상당수 기자들이 한번쯤 체험하는 일이다.
국회출입기자인 한 중견기자는『정치인들이 과거 촌지를 주려할 때 거부하거나 하면 외톨이가 되어 오히려 그 다음 취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받는게 하나의 예의로 여겨졌던게 사실』이라면서『새정부들어 그러한 풍토가 많이 사라지고 있으나 완 전히 없어졌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정부와 정치인이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쥐고 있다가 이를 공개하면서 정상적인 방법을 통하지 않고,이를 언론인이 스스로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한 「權言유착」「언론 플레이」「○○○장학생」이 란 말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