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시청률 초강세 이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요즘 같은 더위에는 집에 누워 TV나 보는 게 최고(?).
」통상 여름이면 큰 하락세를 보이던 TV시청률이 올해는 오히려상승,유례없는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바캉스 대신 집에서「TV피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률전문조사업체인 MSK(미디어 서비스 코리아)가 서울시내1백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94년 총평균가구시청률 동향에 따르면 오전6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평균 시청률은 지난 5월 46%에서 6월에는 47%로 1% 상승을 기록했다.
이 시청률은 7월에도 24일현재 47%선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어 통상 연중 최저수준을 나타내던 여름철 시청률이 오히려 봄철보다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지난해 같은 기간 시청률이 5월의 46.1%에서6월 44.8%,7월 45 .4%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에 비해 2% 이상 늘어난 올 여름 시청률은 1가구당 1일 평균시청시간도 눈에 띄게 늘려놓았다.지난해 6월에 5시간29분이던 평균시청시간은 올해 같은 기간 5시간49분으로 20분 길어졌으며 이번달에는 24일현재 6시간2분으로 역시 지난해같은 기간 5시간44분을 18분 상회하고있다.이는 올들어 두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보였던 2월의 평균시청시간과 타이를 이루는기록이다.
방송가나 시청률정보업계에서는 기온과 시청률 또는 기온과 시청시간은 반비례한다는 것이 통설로 굳어져 있다.
즉 추운 겨울철에는 시청률이 높으나 외출이 잦아지는 봄철과 여름철로 갈수록 시청률이 낮아진다는 것.『기온이 1도 오르면 시청률은 1% 떨어진다』는 속설에 비춰볼 때 평균기온이 5~10도 가까이 치솟은 6~7월에 시청률이 1% 상승 한 것은 실질적으론 5~10% 상승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방송가의 분석이다. 이는 예년같으면 산이나 바다로 휴가를 떠나 TV와 멀어지던 시민들이 올해는 폭염때문에 집에 머무르면서 TV시청으로피서를 대신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반적인 더위는 시청자를TV에서 쫓아내지만 정도를 넘은 폭염은 오히려 시청자 를 TV앞에 불러들인다』는 얘기다.
MBC 편성국 관계자는『예년에는 7월초부터 휴가를 가던 관공서와 기업체직원들이 올해는 폭염을 의식,서로 눈치를 보며 8월이후로 휴가를 미루고있어 자연 시청률도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며『납량특집극.수상가요제등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여름프로를 집중방영해 늘어난「TV피서객」들에게 서비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기치 않은 시청률 상승으로 광고업계는 부진한 여름철TV광고 시청률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국민에게는 안된 얘기지만 폭염이 계속돼 모처럼의 시청률 상승세가 지속됐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토로하기도.그러나 방송가에서는 8월초 날씨가 정상을 되찾고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면 시청률도 자연 예년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어 광고업계의「숨은 소원」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듯하다.
〈姜찬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