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거래법 개정의 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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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책토론회 자료로 낸 「기업집단정책과 공정거래제도의 발전방향」은 공정거래법의 개정방향에 대한 정부의견을 분명히 한 것으로 주목된다.
이 案의 골자는 내부지분율이 낮을 경우 대규모기업집단에서 제외해 주는 등의 정책적 혜택을 부여해 소유분산을 유도하고,출자총액 제한을 대폭 낮춤으로써 경제력 집중을 완화해 보겠다는 것이다.그러나 이같은 안은 실효성이나 공정거래와 독 점규제법의 입법취지상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많다.공정거래 보다는 오히려 경제력집중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건 기본적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제경쟁력 강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현 상황에 있어 경제력집중문제는 기업집중이 아닌 소유집중의 완화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다.40%를 넘는 30대그룹 평균 내부지분율은 경영권의 안정적확보를 위해서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이의 적절한 분산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소유집중의 완화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이번에 내놓은 案도 실효성이 의문시되지만 한 방법이 될 수는 있다.그러나 근본적으로 소유집중 문제는 증여.상속세등 稅法의 정비와 엄정한 적용,성숙된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공개와 增資등에 의해 시간을 두고 시정해 나가는 것이 順理며 실질적인 해결책이다.
출자총액 한도의 축소도 명분과 논리가 뚜렷지 않다.출자총액의제한 자체나 예외규정의 量産등이 불필요한 규제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한도축소가 갖는 정책적 목표 또한 가늠키 어렵다.현재 法상 한도는 순자산의 40%지만 3 0대그룹은 이를 평균 26.8%로 낮췄다.그렇게 해놓으니 이번에는 다시 25%로 낮추겠다고 나오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 논리에 가깝다.공정거래제도는 근본적으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시장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 이다.공정거래법 개정논의는 바로 이같은 입법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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