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진입 모든 차에 혼잡료 2000원씩 물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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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앞으로 수년 안에 서울 도심으로 들어오는 모든 길에서 2000원 이상의 혼잡통행료를 받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는 남산 1, 3호 터널을 지나는 차량에 대해서만 혼잡통행료를 걷지만 향후에는 어떤 길을 이용하느냐에 관계없이 도심으로 진입하기만 하면 혼잡통행료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강남.여의도 같은 부도심과 내부순환로.강변북로.올림픽대로 같은 간선도로에도 혼잡통행료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서울교통환경포럼.대한교통학회는 1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시정개발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서울시 혼잡통행료 확대 시행 관련 공개 토론회'를 연다. 주제 발표를 맡은 홍익대 황기연(도시공학) 교수는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단기적으로는 도심, 중기적으로는 강남.여의도의 부도심과 도시고속도로에서 혼잡통행료를 확대 시행하고, 요금은 2000원 이상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서울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지난해 평균 시속 14㎞였던 자동차 통행 속도가 적어도 20㎞는 돼야 한다"며 "대중교통을 개선하는 동시에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는 혼잡통행료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의 제안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오 시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4대문 안이라든지, 강남역.테헤란로 등 강남에 특별구역을 설정해 그 지역에 들어가면 상당한 불이익을 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혼잡통행료"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혼잡통행료 받는 구역을 넓히고 요금을 올리기 위한 실무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황 교수는 북쪽으로는 율곡로.왕산로, 남쪽으로는 퇴계로.왕십리길, 서쪽으로는 태평로.세종로, 동쪽으로는 동묘~지하철 신당역을 경계로 그 안쪽을 혼잡통행료 구역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대체로 서울의 옛 4대문 안쪽 지역이다.

통행료의 일부는 항공사 마일리지처럼 적립해 버스.지하철을 탈 때 쓸 수 있게 하고, 도심에 집을 두고 사는 사람에게 통행료의 90%를 깎아주면 시민 반발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통행료를 내느라 차가 길게 늘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전자식 자동징수나 무인카메라 감시 방식을 채택할 것도 건의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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