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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새풍속>늘어나는 외국인직원 上.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어느날 당신 옆자리에 외국인 직장동료가 앉아 같이 일하게 됐다고 생각해 봅시다.사무실 분위기가 어딘지 모르게 달라지는 느낌이 들게 되지요.』럭금그룹 계열의 정보처리서비스社인 ㈜STM 직원들은 올들어 국제화 시대를 한층 더 체험하고 있다.외국인 근무자가 부쩍 많아진 탓이다.
부서내에 歐美출신 외국인이 한명만 있어도 다른 한국인 동료는영어를 사용할 일이 많아지게 마련이다.STM 직원들은「歐美출신외국인 동료들이 스페인어.프랑스어까지 하는 경우가 많아 직장인이라면 2개 외국어 정도는 구사할줄 알아야 한 다」는 생각을 대부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엔진생산기술 요원 65명은 국내에 상주하는 일본인 기술자들과 같이 일하는 동안 전원이 일본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우리의 산업현장도 어느덧「국제무대」로 바뀌어가며 새로운 직장 풍속도를 그려내고 있다.
『외국인 동료와 생활하는 동안 여직원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고대화도중 예사로 남의 말을 가로채지 않는 국제 비즈니스 매너가몸에 뱄다』는게 전반적인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 해외운영실(서울 순화동)에 최근 혼자서 7개국언어를 구사하는 독일인이 채용됐다해서 화제다.지난4월 해외마케팅실 시장조사과에 정식 채용된 하드리언 바우만씨(28).
그는 삼성제품의 해외고객을 상대로 전화.팩시.공문을 통해 납기만족 등 市場조사를 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데 동료들은 그의 어학능력 못지않게 느끼는게 많다.옆자리에 앉은 朴正鉉씨의 경우『같은 내용의 설문 문항을 만들때 그는 우리와 같 은 대졸 학력이지만 방식이 다르다』면서『내국인 시각의 한계와 틀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한다.예컨대 삼성전자가 야심적인 고급 TV를 만들어 아르헨티나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현지 대리점고객을 상대로사전조사를 할 때가 그렇다.『이러이러 한 사양을 가진 TV모델의 일본 소니 제품이 5백달러라면 그보다 나은 종류의 삼성제품은 얼마면 사겠느냐』라고 묻는게 보통인데 그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삼성제품이 이런 사양의 TV를 5백달러에 내놓았는데 소니제품은 얼마일것 같으냐』는 식이다.유명 브랜드를 쫓아만 갈게아니라 자기 브랜드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바우만은 또 한국인보다 더 동양적인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어 주변동료들은『우리가 외국에 가면 저렇게 적응할수 있을까』라며 그의 현지문화 적응력을 높이 산다.그의 옆자리에는 이번주부터 변호사자격을 갖춘 호주출신의 才媛 리아 그레이씨( 23)가 새로 채용돼 일하게 된다.
이 회사 해외운영실의 全龍成 인사과장은『앞으로 사무실 곳곳에외국인이 눈에 띌만큼 지구촌 각지의 외국 人力을 계속 늘려갈 것』이라고 말한다.「국제경영」전문가인 요시히로 쓰루미교수(美뉴욕시립대)가 국제화수준을 따질때 모국기업내에 외 국인 근무자 數도 중요한 척도가 된다고 지적했듯이 우리기업도 이젠 국제화의앞마당에 서 있음을 실감케 된다.
〈李重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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