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문명 이전의 문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우리 국민 10명중 2명이 PC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우리도 재빠르게 새로운 세계의 중심이 될 정보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것이다.그래서인지「컴맹(컴퓨터 문맹)퇴치」운운하는 목소리가거세다.앞으로는 컴퓨터를 모르면 사회생활이 어려 워질 것이라고말한다.확실히 그럴 것이다.정보와 지식이 세계를 열어갈 새로운시대에「컴맹」의 처지는 무척 난처할 것이다.아니 도태의 위기에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컴맹」이전의「문맹」의 문제는 과연 해결되었는가.물론 단순한 문자 문맹을 말하는 게 아니다.그것은 올바르게 읽고 정확하게 해석하고 지혜롭게 판단할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다.감히 말하건대 아직 우리 사회는 상당부분「문명 이전의 문맹」상태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맹 상태에서 지혜로운 개인의 삶이나 진정으로 문명한 공동체건설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문자는 읽을 수 있으되 문맥을 제대로읽지 못할때 개인의 사유나 판단은 흐려진다.참된 소통도 어렵다. 사회의 질서와 조화는 아득하고,혼돈은 심화된다.읽기의 대상이 공동체 운명을 좌우할만큼 중요한 것일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가령「北核」정국이나「김일성 사망」정국만 하더라도 그렇다.
당국자들이 사태를 정확하게 읽고 판단하여 합리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문명의 상태에 있지 못했던 것 같다.이는 정보의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주체적인 읽기 능력 부족이 더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외부적 시선에 기대거나 판단이 느릴때 북핵 반대에 대한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거나「조문 파동」같은 혼돈을 야기시킨다. 효율적인 읽기 능력과 판단력을 지니지 못하면 당면한 사태 해결의 참 주인이 되지 못한다.
그럴때 사회에 많은 갈등과 혼란이 생겨난다.인식론적으로 문명이전의 문맹이어서는 안된다.사회의 실제적인 밑흐름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문맹이 먼저다.그 다음이 컴맹이다.아무리 컴퓨터로 훌륭한 정보를 개발하거나 제공받는다 하더라도 문 맹 상태에서라면 지혜로운 정보관리에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緣木求魚!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