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말뿐인 에이즈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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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에이즈 보균자가 7년여동안이나 술집 접대부로 일해오면서 손님들과 내키는대로 성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은 보건당국의 에이즈대책이 실제 어떤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보이고 있다.87년말 제정.
공포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등 관계법령에는 당국 이 에이즈 감염자를 검진.보호.치료하게 되어있고 필요에 따라선 그 부양가족에 대해서도 생활보호조치를 하게 되어 있다.그러나 실제론 그부양가족의 생활보호는 커녕 보균자 본인에 대한 생활보호나 검진및 소재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네들 나한테 뭐 해준게 있다고 이제와서 법석이에요.생활비 고작 20만원 주고 어떻게 생활하라는 겁니까.사회가 원망스러워요.』 문제가 된 J씨가 했다는 이런 항변은 그 어떤 논리적 지적보다도 정곡을 찌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사부 집계에 따르면 5월말 현재 당국에 확인된 우리나라의 에이즈 감염자는 3백53명으로 이중 45명이 숨지고 1명이 이민을 가 국내 거주자는 3백7명이다.그러나 실제 감염자 수는 이보다 최소한 10배는 되리라는게 전문가들의 추산 이다.
현재로선 불치의 병인 에이즈의 특성상 그 대책에서 예방이 우선시 되는건 어쩔수 없을 것이다. 또 그 예방책도 각자의 도덕성과 주의에 의존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단 감염을 확인하고도 그 전염을 막지 못한다는 건 분명 보건당국의 잘못이라 할수밖에 없다.이번에 문제가 된 J씨뿐 아니라 다른 감염자에 대해서도 보건당국이 하고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자진출두에 의지하는 검진과 성금에 의한 약간의 생활보조금 뿐이다.
이래서는 제대로 관리가 될 턱이 없다.감염자가 당국의 관리에기꺼이 응할만한 치료및 생활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호는 커녕관리조차도 말뿐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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