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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슈메이커 레비혜성 대충돌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슈메이커 레비 혜성과 목성의 20여차례에 걸친 연쇄 대충돌이22일 오후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구 몇개를 콩가루로 만들만한 엄청난 폭발력을 보인 이번 충돌은 전 세계인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저 앉아서 구경만 하면 되는 대우주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만일 지구가 이같은 혜성과 충돌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대부분이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또 1천만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혜성과 행성의 충돌은 천문학자들로서는 일생에 다시 경험 하기 힘든 더 없이 좋은 관측기회를 제공했다.
실제로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충돌에 더욱 놀란 것은 이들 학자들이었다.이번 충돌이 남긴 결과와 의미를 짚어 본다.
학자들의 당초 예상은 17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시작된 첫충돌(A핵)에서부터 다소 빗나가기 시작했다.
현재도 학자들간에 견해가 엇갈리고 있지만 첫 충돌의 규모가 예측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첫 충돌은 대폭발로 인해 최소한 지구 반 규모의 충돌흔적과 1천9백㎞가량의 화염을 뿜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18일 오후 충돌한 길이 3.5㎞가량의 일곱번째 파편인 G핵은 충돌직전 둘로 쪼개지며 이번 연쇄충돌중 최고의 폭발력을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최소 6백만메가t(히로시마原爆 3억~4억개규모)의 폭발력에 불기둥은 상공 2천2백㎞ 정 도까지 솟구친 것으로 추정된다.이때 나온 섬광이 어찌나 밝았던지 예민한 최첨단 망원경을 마비시킬뻔 했다는 얘기도 있다.
서울대 李時雨교수(천문학과)는 이번 충돌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거셌던 것은▲「하드캐치(hard catch)」로 인해 격렬한 폭발이 있었고▲파편이 당초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라고분석했다.
하드캐치는 소프트캐치와는 달리 혜성 파편이 부드럽게 목성대기에 뛰어들지 않고 심한 마찰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이런 상태에서는 엄청난 압력이 혜성 파편속으로 충격파를 전달,대폭발을일으키게 되고 목성대기중에 많이 분포한 수소가 이 폭발을 거들었으리라는 설명이다.
또 지상에서 관측은 어려웠지만 아주 미세한 파편의 입자들이 목성 주변에 유성우 형태로 떨어졌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이번 충돌로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목성에 대한 의문이 일부 풀릴 것으로 보인다.천문대 金奉奎선임연구원은 『충돌로 인해 목성의 심부에 있던 물질이 밖으로 분출될 것으로 보여 목성의 구성성분을 밝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또 파편들의 일부 잔해는 목성의 또다른 테를 형성하거나 기존의 테를 보강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여 목성 테의 기원을 밝히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심리적 충격도 적지 않았다.미국에서는 현재 항공우주국(NASA)에 혜성 추적반을 신설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을 조기에 발견,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방안중 하나는 우주선에 핵무기를 탑재,혜성을 요격하는 것이다.
이번 충돌은 또 국내 천문학계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변변한 적외선 망원경 한대가 없어 천문대를 비롯한 대학의천문학과들은 적지 않은 애를 먹어야 했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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