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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갑자기 눈앞이 깜깜 ‘망막 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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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어느날 갑자기 사물이 일렁거리며, 검은 커튼이 내려온 듯 시야에 장애가 생긴다면, 그런데 하필 그날 오후에 중요한 약속이 있다면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할까. 이때 아프지 않다고 안과로 직행하지 않는다면 실명할 가능성이 높다. 망막박리일 수 있기 때문. 망막박리는 방치하면 실명으로 진행하는 응급 질환. 자연치유율이 0%이므로 발견 즉시 치료해 시력 손상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카메라 필름이 구겨진 듯=눈의 앞쪽 부위는 검은자위에 해당하는 각막, 흰자위로 알려진 결막, 원근 조절을 담당하는 수정체, 명암을 조절하는 홍채로 구성된다. 망막은 안구 뒤쪽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1mm도 채 안 되는 얇은 신경막. 수정체와 망막 사이엔 젤리처럼 투명한 유리체가 채우고 있다.

우리가 보는 피사체의 영상이 망막에 맺힌다. 망막박리란 이름 그대로 이 얇은 막이 떨이지는 병. 필름이 사진기 속에서 구겨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태다. 현대의학은 아직 망막을 인공물로 대체하거나 재생시킬 수 없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시력 보존을 위해 제때, 제대로 치료하는 수 에 없다.

망막에 생긴 질병은 시력 장애와 직결돼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시력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사진은 삼성서울병원 강세웅 교수가 망막박리가 의심되는 환자의 안저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급속히 진행되는 증상=초기에는 눈 속에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듯, 또 움직일 때마다 불빛이 번쩍거리는 듯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위·아래·옆쪽이 커튼에 가린 듯 안 보이는 시야장애가 생긴다. 만일 사물이 휘어져 보이거나 심한 시력장애가 나타난다면 망막박리가 망막 중심부인 황반까지 진행한 탓이다. 특히 망막 부위에 따라 응급상황이 다르다. 위쪽 망막이 손상됐을 땐 하루 이틀 만에 급격히 실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

주말 아침, 오른쪽 눈 아래쪽에 검은 커튼이 드리운 듯 시야의 불편함을 느낀 S씨(36). 고도근시 이외에 특별히 눈에 이상이 없었던 그는 ‘월요일엔 안과를 가야지’라며 주말을 보냈다. 마침 동네 안과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하지만 정작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땐 오른쪽 시야는 초생달처럼 가는 외부세계만 보일 뿐 거의 실명 상태였다. 위쪽에서 시작된 망막박리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오후 그는 곧바로 망막 전문의의 응급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그는 석 달 후 시력과 시야가 약간 떨어진 상태지만 간신히 실명 위기는 넘길 수 있었다.

◆원인은 세 가지=첫 번째는 망막에 구멍(열공)이 생기고, 이곳을 통해 유리체가 망막 밑으로 들어가 발생한다. 이른바 열공 망막박리. 이를 방치하면 반드시 실명할 뿐 아니라 눈알 자체도 작아지며, 검은 눈동자가 흰 눈동자로 변한다. 응급 상황에도 주말을 그대로 넘긴 S씨에게 발생한 망막박리가 여기 해당한다.

견인 망막박리는 망막 위에 흉터조직(반흔)이 생겨 나타난다. 이곳을 중심으로 망막이 견인되면서 구겨져서 박리가 된다. 주로 당뇨병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세 번째는 망막 밑의 맥락막에서 혈액이 새면서 망막 밑에 고여 박리를 일으키는 경우다. 삼출 망막박리는 맥락막염 때문에 초래된다 .

◆원인별 맞춤 치료=망막박리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삼출성 망막박리는 혈관이 새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게 급선무다. 또 견인 망막박리는 반드시 응급상황은 아니며, 망막 이상을 정기적으로 검사한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는 게 원칙이다. 수술을 할 경우, 눈 속 흉터조직을 제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열공 망막박리는 구멍을 막아 박리가 진행되는 것을 차단하는 게 급선무다. 환자의 눈 상태에 따라 레이저 시술, 기체망막 유착술, 유리체 절제술 등이 있다.

도움말: 삼성서울병원 안과 강세웅 교수

황세희 의학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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