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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1부 불타는 바다 땅끝에 선 사람들(34) 방파제 저 쪽에서 파도소리가 드높다.
『오늘은 덥겠네.』 『저 소리 나면 꼭 그렇더라구.』 심씨 옆에서 김가가 중얼거렸다.
『자네 소금 가졌나?』 『예.』 『나도 좀 줘.』 종길이 주머니를 뒤져 소금을 건네 준다.그 눈이 말하고 있다.오늘만입니다. 『지하에서 땀들을 흘리니까.』 남의 말처럼 중얼거리며 김씨가 손을 내민다.종길이 얼굴이 벌개지면서 말했다.
『저 이거 밖에….』 『이놈아….』 『예.』 『주방에서 소금훔쳐가지고 나오는 거 다 봤다.주머니 털어.』 얼굴이 시퍼렇게죽는 종길이 옆으로 다가서며 그래도 김씨가 어른 노릇을 한다.
『괜찮다.네 나이 때는 너밖에 안 보이는 거다.』 『옛날에 중국 진나라에서』 뒤쪽에서 송씨가 말했다.
『또 시작한다.』 『그래도 그 진나라는 오래도 가네.』 『조선팔도는 오래 가.』 『그나 저나.』 『옛날 진나라에,역발산 기개세라고 있었네.』 『역발산 빈 지게라고.』 『너는 나하고 무슨 웬수졌냐? 말꼬리는 언제나 네가 잡으니.』 『하늘도 뽑고땅도 뽑고 그 어른 이야긴가.』 서당에서 책거리하던 때를 생각하며,옆에서 걷던 윤씨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저 사람 진나라 얘기는 딴 진나랍니다.』 『무슨 진나란데?』 『진 날 맑은 날 그런 진나랍니다.비오고 진날은 어느 허리춤을 어떻게 푸는 거라는 둥.』 『안들어도 좋을 소리네.』 윤씨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옆에서 최가가 말했다. 『그건 조선시대 아닌가요.』 『이 사람아.북은 칠수록 소리가 나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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