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이쓰는가정이야기>재수생의 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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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교육이란 단어의 한자를 새겨보면 가르치고(敎)키운다(育)를 뜻한다.그중 育은「몸(肉)을 이룬다(云)」로 해석하면 그럴듯한데 교(敎)자는(爻+子+父)로 효(爻)가 형상을 뜻한다면 곧 아들이 아비를 닮는다는 뜻 아닐까.
그러니 자식교육이란「아비노릇 잘 하느냐」를 말하는 것인데 물론 내 자신이 그렇지 못해 이야기해보려는 것이다.왜냐하면 내가어느결에 대학입시에 실패한 재수생 딸을 둔 무능한(?)부모로 범국민적 우울증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그것도 딸이 나의 뒤를 잇겠다고 작곡과를 지망했는데 이제까지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은 모두 실패없이 당당하게 들어간 학교를 지원해 여지없이 낙방했다는 사실에 주목해 주시라! 나는 할말이없게 되었다.
인생에서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자부하는 것이 하나쯤 있는데 나는 성실한 작곡가 못지않게 훌륭한 藝人의 스승이기를 다짐하며반평생을 살아 왔다.그 점을 생각할때 나의 생의 중간결산은 적신호가 아닌가.
나는 지난 20여년간 실제로 훌륭한 제자를 많이 길러냈다고 자부해왔고 그 점은 주변에서도 인정하는 바였다.그러다보니 자연히 많은 낙방생들과 그들 부모들의 상담역으로 고통을 나누어왔다.물론 좋은 결실을 얻어 기쁨을 나눈적도 많았다.
나는 언제나 실패는 성공의 과정임을 강조했고 결코 대학이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음을 주장해왔다.「될 놈은 된다.」 그러니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라고 가르쳐왔다.지금 나는 재수생의 아비가 되어 자식에 대한 안쓰러움이야 다른 부모와 다를바 없지만 여전히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어찌 내 자식이라고 하여 성장하며 겪어야하는 시행착오를 피할수 있겠는가.나는「아비노릇 잘못한다」는 주변의 눈총을 달게 받으며 딸한테 다시한번 파이팅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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