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국제통화제도 개편과 우리경제-금융.교역개방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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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브레턴우즈체제 50주년을 맞아 이달초 브레턴우즈위원회가 제안한 국제통화제도 개편안을 IMF와 세계은행이 대폭 수용하겠다는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는 브레턴우즈 개편안이 그동안 IMF.세계은행과 미리 비공식적인 토의를 거쳤던 것이므로 당연히 예상되었던 일이기도 하다. 브레턴우즈위원회가 제안한 개편안의 핵심은 자유변동환율제를 根幹으로 하고 있는 현행 국제통화제도로부터 IMF가 주축이 돼주요국들간에 거시경제정책을 조정하며 IMF가 환율변동대를 설정해 환율의 안정을 도모하자는 일종의 準固定換率制度 로의 회귀로요약될 수 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국제통화질서가 어떻게 개편되어야 하는가.여기에 대해서는 브레턴우즈위원회의 개편안도,IMF.주요국 정부들도 아직 명확하고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그만큼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어디서나 그렇듯이 이기 주의,이 경우에는 국가이기주의 문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제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편되든간에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엔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선 어떤 형태의 환율제도가 채택되건 주요통화간의 환율이 안정되면 세계교역의 확대를 촉진하게 될 것이고 수출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반면 국제통화제도의 개편은 우리를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브레턴우즈위원회에서 검토되어 온 바와 같이 만약 세계경제를 달러圈.엔圈.마르크圈(혹은 ECU圈)으로 나누어 이 세통화간에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하고 동시에 각 통화권안에서 각국들이 이 세 통화를 중심으로 현재의 ERM과 비 슷한 환율변동대를 유지하도록 한다고 하면 우리나라는 환율을 달러貨 혹은 엔貨에 고정시켜야 하는 선택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의 무역의존도를 보더라도 對美.對日 무역의존도 간에는 큰 차이가 없으며 아마도 對日 무역의존도는 對美 의존도보다더욱 신장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환율을 엔貨에 고정시킨다는 것은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우선 국민정서문제같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엔貨에 환율이 고정되게 되면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일본금융시장의 통합이 촉진될 것이고 일본으로부터의 단기성.투기성 자금 유.출입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
또한 현재 IMF가 주장하고 나선 것처럼 IMF가 종래의 경상거래 자유화에 대한 권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자본자유화를 각국에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 우리나라는 거시경제 운용과 관련, 더욱 어려운 입장에 빠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정부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될 국제통화질서 개편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에서 보아왔던 것처럼 큰 개편방향은 결국 주요선진국들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며 우리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크게제한되어 있을 것이다.우리경제의 국제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우리에게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새로운 국제통화제도하에서 우리 경제가 어떻게 이를 수용하고 적응해나가는것이 바람직할 것인가를 궁리해 보아야 할 것이다.
***대처할 시간 있다 다행히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국제통화질서 개편이 급작스러운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방안을 정리하고 강구할 시간은 있다.筆者가 보기에는 우리가 대처해야 할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결국 우리경제는 더욱 개방화.국제화 되 어갈 수 밖에 없다.交易에 있어서나 금융에있어서나마찬가지다.
개방화.국제화는 우리가 다른 나라들의 압력에 의한 소극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되며 우리가 세계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참여하기위한 개방화.국제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略歷=▲1952년 釜山출생▲서울大 상대▲美 스탠퍼드大 경제학박사▲IMF,世界銀行 선임경제분석관▲現 韓國租稅硏究院 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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