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기다려지긴 난생처음-신현진 기상청 예보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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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현재 필리핀 북쪽에서 형성중인 2개의 태풍이 1주일 정도면크기와 진로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여기에 유일한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전국이 한증막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불볕더위가 20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기상청 申鉉鎭예보국장(60)은 농작물과함께 타들어가는 農心을 안타까워 하며 이렇게 말했다.
필리핀 북쪽에서 생긴 제7호 태풍 월트가 초속 38m의 비바람을 동반,북동쪽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확실한 세력권을 형성해 우리나라 쪽으로만 와준다면 더위와 가뭄을 해소시켜줄 것이라는 계산이다.또 그옆에는 8호 태풍 유니아가 형성단계에 있어 이를기대한다는 것이다.
『예년이면 6월하순부터 북쪽의 한량한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시베리아 고기압이 남쪽에서 올라온 북태평양 고기압과 우리나라 중남부지역에서 만나 이 지역에서 7월중순까지 장마전선을 이루고 있을 때입니다.』 당초 기상청도 장기예보시 올해의 기상정보를 이같이 예측했던 것.
그러나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7월초부터 갑자기 급팽창,아예 북쪽의 고기압대를 이북으로 밀어올려 예보를 비웃듯 평양 이북지역에 집중호우가 계속됐다.
이처럼 예보가 빗나가게된 원인은 북태평양의 해수온도 상승과 이에따른 대기의 변화등 자연현상을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정확히예측할수 없기 때문.
『이 때문에 우리처럼 혹서기를 겪고있는 일본도 연초 장기예보시 여름철 저온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보한 바 있어 현재 곤욕을치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이 현상이 앞으로 얼마나 더지속될 것인지는 태풍의 성장규모가 드러나는 1주일 내지 열흘이후라야 점칠수 있다는 것이다.
申국장은『흔히 태풍이라면 엄청난 폭풍우를 몰고와 해마다 혹독한 물난리를 겪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피할수 있을까로 고민하게됩니다. 그러나 올해 만큼은 태풍이 그렇게 그리워질수가 없으니기상청에 발들여 놓은지 36년만에 이런 아이러니는 처음』이라며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李起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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