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성회장 '삼고초려'에 固辭 접은 이수영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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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회장을 애타게 찾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이수영(62)동양제철화학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사실상 내정했다.

지난주부터 미국 출장 중인 李회장은 출국 직전까지만 해도 측근들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많은데 경총 일을 또 어떻게 맡느냐"며 고사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경총 관계자는 "이 회장의 경기고 9년 선배인 김창성 현 회장이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는 데다, 본인도 평소 국가경제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결국엔 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장직을 고사하던 李회장은 두 사람 부친 간의 인연까지 내세운 金회장의 설득에 마음이 흔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金회장의 선친은 경총 설립 때부터 여섯번(12년간)이나 회장직을 연임하며 조직의 틀을 마련한 고(故) 김용주 전방 회장이며, 李회장의 부친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개성상인'으로 꼽혔던 이회림(87)동양제철화학그룹 명예회장이다. 두 사람은 경총 설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돈독한 친분을 맺기도 했다.

1970년 설립된 경총 회장은 임기가 2년이지만 지금까지 역대 회장은 단 3명.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연임해 왔기 때문이다.

초대 회장 김용주 회장에 이어 82년 취임한 이동찬 회장(현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15년 간이나 자리를 떠나지 못하다 97년 김창성 회장에게 겨우 책임을 넘겼다.

경총이 후임자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노사 관계에서 경총이 맡아야 하는 역할 때문. 경총 회장은 해마다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노사 문제에서 사용자 측 입장을 대변하며 노조에 대한 '악역'을 맡아야 했다.

최근에는 친노동자적 성향의 정부에 대해서도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李회장이 고사 해 온 것도 이런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총은 인천상의 회장.대한상의 남북경협위원장 등을 맡으며 대외활동에 적극적인 李회장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일단 회장에 취임하면 의욕적이고 원만한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동양제철화학 측은 "李회장이 출장 중이라 본인의 정확한 의사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해 李회장이 경총 회장직을 최종 수락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현상 기자

<이수영 회장 약력>

1942 개성에서 출생

1960 경기고 졸

1966 연세대 행정학과 졸

1968 미국 아이오와대 경영학 석사

1978 동양화학 사장

1992 동양화학그룹 부회장

1996 동양화학그룹 회장

2001 동양제철화학 회장

현 인천상의 회장, 대한상의 남북경협위원장, 경총 부회장<이수영 회장 약력>

1942 개성에서 출생

1960 경기고 졸

1966 연세대 행정학과 졸

1968 미국 아이오와대 경영학 석사

1978 동양화학 사장

1992 동양화학그룹 부회장

1996 동양화학그룹 회장

2001 동양제철화학 회장

현 인천상의 회장, 대한상의 남북경협위원장, 경총 부회장

<역대 경총 회장>

1970~1982.2:고 김용주 전방㈜ 회장

~1997.2: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2004.2:김창성 전방㈜ 회장

2004.2(내정):이수영 동양제철화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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