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묻지마 상승'… 또 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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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야바위꾼(snake-oil salesman) 때문에 미국 증시가 뜨고 있다. 그들은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경제가 좋아지고 있고, 주가는 더 오를 수 있으며, 인터넷은 미래라고 떠벌리고 다닌다."

95억달러를 굴리는 미국 뉴욕의 헤지펀드인 AQR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클리포트 아스네스 사장이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 담긴 말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미국 증시에서 1999년처럼 정보기술(IT) 붐에 따른 거품 장세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AWSJ는 거품 장세의 징후로 ▶수익 전망이 없는 조그마한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고▶인터넷 채팅에서 주식에 대한 과대 선전이 재등장했으며▶지난해 나스닥지수가 50% 올랐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와코비아은행의 자산운용 자회사인 에버그린의 데니스 페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술주 부문에 미니 버블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극미세 기술을 이용해 의료기기나 통신장비의 효율을 높이는 나노테크놀로지(NT) 기업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데도 주가는 급등했다. 피츠버그 뮤추얼펀드 그룹의 데이비드 브릭스 주식운용 책임자는 "이러한 현상은 증시에 도박 심리가 스며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주의 급등세도 거품의 징후로 꼽힌다.

지난해 아마존닷컴의 주가는 3배로 뛰었으며, 네트워킹에 반도체 기술을 적용한 기업인 램버스의 주가는 4배 이상으로 폭등했다.

AWSJ는 미국 증시에서 상승장이 시작된 2002년 10월 이후 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주식은 이같이 급등락을 하는 속성이 있는 기술주라고 지적했다. 지난 15개월의 상승장에서 금융주와 제조업 주식이 50% 오른 반면 기술주는 두배나 치솟았다.

또 기술주가 돈이 많이 풀린 덕을 봤다는 점에서도 99년 당시와 비슷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초저금리를 유지한 덕분에 '유동성 장세'가 펼쳐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주가 수준이 평균치를 훨씬 넘어섰다는 주장도 증시 거품론에 단골처럼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4배를 기록해 평균치인 15~16배보다 훨씬 높았다. 기업의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다는 뜻이다. 나스닥100지수의 PER는 지난해 이익 기준으로는 54배, 올해 예상이익 기준으로는 35배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증시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2주 연속으로 하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서경호 기자

***AWSJ가 제시한 징후
① 전망 없는 기업 주가 올라
② 인터넷 '주가 띄우기'극성
③ 나스닥 1년새 50%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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