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영훈, 유혹에 걸렸으나 운좋게 3집반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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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1국
[제9보 (140~161)]
白.朴永訓 5단 黑.謝 赫 5단

몇개의 구릉과 몇개의 강을 건너 드디어 박영훈은 목적지에 도달했다. 계산에 관한한 이창호에게 필적한다는 박영훈은 저울대 위에 몇번이나 형세를 달아보며 승리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142는 16집강. 143은 14집. 둘다 굉장히 큰 곳이다. 이 다음 눈길은 자연 상변으로 향한다. 큰 끝내기는 없지만 어쨌든 판 위에 남은 마지막 미완성의 땅이다.

문득 박영훈의 눈에 좋은 수가 들어온다. 144는 상당한 손해수지만 이 수가 있으면 146으로 끊어버릴 수 있다. 흑 다섯점이 오갈 데 없이 잡히는 것이다. 젊은 영훈은 유혹을 참지 못하고 수를 결행했다.

그러나 이 수단은 중대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우선 필사적으로 빈틈을 노리는 상대에게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 잘못됐다. 또 144의 손해수 때문에 수가 안 되는 날엔 승부가 역전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과연 셰허는 147로 절단한 다음 156에 뛰어 수를 내기 시작한다. 156, 158로 원하던 다섯점은 수중에 넣었지만 159가 아슬아슬한 선수여서 백도 세점을 내주고 말았다.

주판을 퉁겨보니 손익 계산은 백의 상당한 손해. 혹 역전인가 싶었으나 다행히 그정도의 피해는 아니었던 게 박영훈으로선 천만다행이었다(159에 대해 백이 '참고도' 1로 버티다가는 중앙 대마가 오궁도화로 잡히고 만다).

이 판은 이후 2백29수까지 진행돼 백이 3집반을 이겼다. 셰허로서는 초반에 우위를 점했지만 중반 이후 갈팡질팡하다가 스스로 무너지고 만 아쉬운 일국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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