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체결하려면 국군포로 문제 선결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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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재향군인회 박세직(74·사진) 회장은 향군의 발전 방향에 대해 “시대 흐름에 발 맞추는 발전적 보수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남북 정상이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유엔사령부와 긴밀히 협조해 이견을 해소한 뒤 평화체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남북 군사력 균형을 위해 핵무장 포기와 재래식 무기의 점진적 축소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8일 창립 55주년을 맞는 향군의 박 회장을 김민석 군사전문기자가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남북정상선언을 어떻게 평가하나.

“기대할 부분도 있지만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그동안 재향군인회는 6·25전쟁을 야기한 북한의 책임 규명과 배상 문제가 빠진 채 낮은 단계 연방제로 통일한다는 6·15 공동선언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참혹한 6·25전쟁이 일어난 지 반세기가 지났으나 이산가족의 슬픔과 병상에서 고통받고 있는 상이용사와 국군포로 문제는 현실로 남아 있다. 그러나 양 정상이 만나 남북 대화를 진전시키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한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앞으로 총리·장관회담 등 남북정상선언 실천 과정에서 투명하게 추진되기를 바란다.”

 -남북 정상의 종전선언 추진은 어떻게 보나.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와 맥이 닿아 있다. 그러나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종전선언과 함께 전쟁 상태를 마무리하기 위한 북한의 사과와 전쟁에 대한 배상 문제, 국군포로 처리 문제 등이 선결돼야 한다. 또 평화협정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유엔사령부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국가와 국제적 동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북한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평화체제 협상에서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안보뿐 아니라 동북아 군사안보의 균형자로서 충분한 역할이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는 남북 간 군사력 균형이 전제조건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군사적 신뢰 구축과 군비 통제가 뒤따라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 번영을 위해 절대 용인할 수 없다. 분단 이후 북한이 변함없이 추구해 왔던 대남 적화전략을 포기하고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는 등 법적·제도적으로 북한의 비인권적 정권의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한 것은 평가가 엇갈린다.

 “지금은 전쟁을 중단한 상황이다.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았다. 안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선 국방장관 회담에서 NLL의 존재를 인정하게 한 뒤 어로 문제를 다뤘어야 했다. 유엔사령부의 협조와 동의도 먼저 받아야 한다.”

 -지난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로 논란이 있을 때 향군은 반대 입장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 초강대국과 동맹을 맺어 합동으로 방어한다는 건 탁월한 전략이다. 50년 이상 전쟁을 막은 효율적인 시스템인데 유명무실화하면 안 된다. 한미연합사의 해체로 69만 명에 이르는 지상군 증파 약속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다. 향군은 전작권 조기 전환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작권 조기 전환 반대를 위한 ‘1000만 명 국민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전작권 전환은 자주국방이나 국민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고 최대 효율의 방어체제라는 것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게 목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정용환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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